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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Lee Jul 08. 2022

아침 산책

오랜 세월 야행성으로 살다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면서 새로운 루틴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 별다방에서 커피 한 잔을 픽업한 후 - 별다방 커피는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로, 가끔 사 먹는다 - 집 근처 공원에 간다. 그리고 걷는다.

집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공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한 곳이다. 인공미를 뛰어넘는 자연미가 가득한 곳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낸다.


차에서 내리자, 촉촉한 공기 속에 떠있던 우드칩 냄새가 내게 몰려든다. 요즘 곳곳에서 놀이터와 화단 우드칩 작업이 한창이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놀이터 바닥에 우드칩 까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저 나무 조각들이 아이들이 놀다 넘어져도 괜찮을 폭신함을 만들겠지. 우리는 여전히 자연에서 참 많은 걸 얻으며 살아간다.


요 며칠 새 불어난 물이 연못 언저리까지 넘실대고 있다. 강태공은 아니고 Mr. John 태공쯤 되려나. 기다림의 뒷모습이 여유롭다. 혹시 물고기가 그에게 오던 길을 돌아갈까 봐 조용조용 지나간다.


꽃을 꺾지 말라는 푯말. 공교롭게도 이 푯말 바로 옆과 뒤엔 꺾어 내 것을 만들고 싶은 욕심을 참느라 침을 한번 꿀꺽 삼키게 만드는 예쁜 야생화들이 흐드러진다.


언제 보아도 외로워 보이는 빈 의자, 테이블이 붙어있는 벤치다. 하늘은 흐리지만 물은 맑은 오늘 같은 날엔 저 벤치에 친구와 앉아 언제까지나 이야기가 하고 싶다. 마음을 남김없이 다 털어놓아도 헛헛하지 않을 것 같은 날씨다. 


내가 걷고 있는 예쁜 길. 계속 따라 걷다 보면 깊은 숲 속이 나올 것 같은 상상에 잠깐 빠져본다.

길과 나무와 꽃과 연못, 그리고 나를 따라 노래하는 새들의 맑은 목소리를 마음에 몽땅 담아왔다.


하늘은 낮고 바람은 시원했다.

오후엔 비가 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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