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르네상스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영미권이 아닌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도 고전 중의 고전으로 추대되며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극배우이자, 작가, 극단주로서 두 편의 장시와 수많은 소네트, 38권의 희·비극을 집필한 셰익스피어는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작품들이 영화, 뮤지컬을 비롯한 여러 문화상품으로 끝없이 재창조되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서의 입지와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다.
16세기 영국의 르네상스 시기를 맞아 기존의 문단을 이끌던 라틴어의 비중이 축소되고 자국 민족의 언어들로 쓰인 작품들이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당시 전 세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영국은 일상어에서 문학적 언어로 영어의 가치를 높인 셰익스피어의 문학활동을 독려하고 그의 작품을 널리 전파시킨다. 르네상스 시기 인본주의적 사고는 중세시대의 종교적 세계관과 선악적 사고관에서 벗어나 인간의 삶에 집중하길 원하였고, 대중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통해 신분, 성별, 민족에 한정되지 않는 인간군상들의 삶을 접하고 빠져들게 된다.
셰익스피어는 그를 대표하는 4편의 비극 작품《햄릿》,《리어왕》,《오셀로》,《맥베스》와 5편의 희극작품《베니스의 상인》,《한여름밤의 꿈》,《좋으실 대로》,《말괄량이 길들이기》,《십이야》그리고 그 외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인간이 지닌 추악스럽고 경이로운 모든 감정들(미움, 배신, 음모, 질투, 연민, 사랑, 희생, 연민...)이 야기하는 드라마틱한 삶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셰익스피어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인《로미오와 줄리엣》이 4대 비극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를 두 주인공의 죽음이 빚어내는 비극적인 결말의 이유가 주인공들을 둘러싼 두 가문에 연유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객들은 몬태규와 캐플릿 가문의 저주가 영롱한 젊은 주인공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비극적 상황에 통탄해하면서도, 아름다운 청춘들의 운명적 사랑의 시작과 상황들 속에서 같이 설레고, 각자의 사랑의 기억들을 소환시키며, 미소 짓게 된다. 이처럼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극의 마지막에서 드러나는 주인공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희극과 비극으로 구분 짓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셰익스피어가 그려내는 주인공들의 삶에 동참하며 울고 웃고, 때로는 인물들의 어긋나는 행보들을 통해 삶의 교훈을 얻는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작품 속 셰익스피어가 전하는 어휘들이 다소 지나치게 시적이거나 수사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도 셰익스피어가 보여주는 인간 삶에 투영된 통찰력과 심리에 대한 탐구는 가히 심오하며 현재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 이 봄의 따스함을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함께 맞이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