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여전히 사랑하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 프란치스코 교황, 『희망』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진 뒤,
CPBC 가톨릭평화방송 <오수진의 행복을 여는 아침>에서 『희망』을 소개하게 되었다.
갑작스레 정해진 책이었지만, 내겐 의미가 깊은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청취자들 중에는 나보다 교황에 대해 더 잘 아는 분들도 많을 텐데, 선종 이후라는 특별한 맥락까지 더해져 어떤 방식으로 존중을 담아야 할지 고민이 깊었다.
책을 잘 소개해야 한다는 압박보다, 그분의 생애와 말이 지닌 울림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를 더 오래 생각했다.
『희망』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용하지만 흔들림 없는 어조로, 우리가 자주 잊고 지나치는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젊은 시절 폐 일부를 절제하며 생사의 고비를 겪었던 교황은 “숨을 쉰다는 것도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그 고백을 읽는 순간, 희망이라는 단어가 더는 이상적인 말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오늘 하루를 견디는 마음의 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은 먼 곳에 있지 않다.
하루를 살아가며 다시 사람을 믿어보기로 마음먹는 일,
어제보다 덜 미워해보는 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숨을 고르며 살아가는 일.
그 모든 작고 느린 선택 안에, 희망이 머물고 있었다.
이 책은 종교적인 배경이 없어도 마음에 깊이 닿는다.
‘믿음’ 대신 ‘신뢰’나 ‘사랑’으로 바꾸어 읽어도, 그가 전하고자 했던 말은 흐려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오래 기억될 말들이 책 속에 남아 있고, 한 사람의 살아온 방식과 그가 남긴 발걸음은 조용히 독자의 곁에 머문다.
한 사람의 발걸음이 이렇게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종교 이전에 삶을 대하는 태도로, 믿음 이전에 인간을 향한 연대로 기억되는 사람.
그의 말과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 이 책은 특별한 설명 없이도 곁에 있어준다.
등을 가만히 토닥이는 듯한 감촉, 스스로를 다시 다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용한 위로가 있다.
나에게 ‘교황’이라는 존재를 처음 가까이 마주하게 한 건 프란치스코 교황을 통해서였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다.
그의 말은 한층 깊이 스며들었고, 그가 남긴 문장들은 오래도록 마음에 간직하고 싶어졌다.
그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이야기했다.
“희망이 싹트는 데는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나는 그 말이 오래도록 사람들 사이를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좋은 포도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교황은 이 구절을 희망의 언어로 건넸다.
나 역시 이 말을 기도처럼 오래 간직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 문장을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붙여두었으면 좋겠다.
희망이 흔들릴 때, 다시 꺼내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