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한국 여성이 항공사를 상대로 겪은 일들. 다들 참고하세요
오랜 기간 차로 이동을 하며 일을 봐야 했기 때문에, 나는 예정일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짜가 며칠만 더 미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대자연의 시작은 출장 마지막 날이었다.
보고타에서 호텔 체크아웃을 하기 전에 한국에서 준비해 간 여성용품들을 캐리어에서 꺼내서 노트북 가방 앞 쪽에 넣었다. 피로가 몰려왔지만 보고타-멕시코시티-서울 가는 비행기 안에서 푹 자면 된다고 생각했다. 출장 내내 잘 버텨준 나 자신도 정말 기특하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그런데 나는 보고타에서 오후 4시 25분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화장실도 3시간째 가지 못한 채 아에로멕시코 사무실 바로 앞에서 승무원의 지시만 기다리며 혼자 덩그러니 서 있었다.
(아에로멕시코 사무실은 승무원들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바퀴가 하나 빠진 채 끌려 나온 내 캐리어와, 캐리어 앞부분이 심하게 긁히고 누구 머리카락인지 먼지와 함께 더러움이 가득한 또 다른 나의 캐리어와 함께 다른 항공사 승무원들의 시선을 받으며 서 있었다)
나는 내 짐도 100불이 넘는 돈을 내고 멕시코까지 보내 달라고 부쳤다.
하지만 오히려 캐리어 손상 비용을 청구받아야 할 판이었다. (나중에 내 캐리어 사진도 찍어서 올리겠다)
그들이 해결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나를 2시간 넘게 세워두고 있는 동안 나는 참다 참다 화장실을 이제는 가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캐리어 2개를 사무실 앞에 두고 나만 화장실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현지인들도 항상 몸조심, 물건 관리 잘하라고 주의를 하는 곳,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 공항에서 내 캐리어 2개와 노트북 가방을 메고 화장실을 찾아가기엔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화장실을 간 사이에 직원들이 내가 그냥 가버린 줄 알고 일을 제멋대로 마무리 지을까 봐 겁이 났다.
나는 분명히 정당하게 항공권 가격을 지불하고 컨펌된 비행기표를 받았는데, 보고타의 아에로멕시코 직원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기다리라고만 이야기를 헤서 나는 어디로 가지도 못한 채 서 있었던 것이다.
아에로멕시코 Supervisor Santujo는 더군다나 어이없는 거짓말을 나에게 했다.
나에게 준 USD 250은 아에로멕시코를 다음번에 이용할 때 티켓을 할인받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쿠폰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USD 250으로 전 세계 공항에서 가방이든 신발이든 화장품이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현금처럼 살 수 있는 것이라고 거짓말했다. 그리고 내게 내가 바우처를 받았다는 것에 사인을 하라고 재촉했다.
아에로멕시코 보고타 직원들은 9시간 이상 공항에 덩그러니 남겨진 나에게 물 하나 사 먹을 수 있는 돈을 주지 않았으며, 다음 편 비행기를 알아봐 준 것만으로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지껄였다. 그러니 내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새벽 1시 47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전날 오후 1시부터 공항에 도착해 있던 나는 무려 12시간을 보고타의 공항에 갇혀 있었다. 씻지도 못하고, 공항에 사람도 많아서 마스크를 12시간 동안 한 번도 벗지도 못한 나는 캐리어 2개와 내 노트북 가방 때문에 편하게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갔다. 그 와중에 아에로멕시코 직원들이 자기들끼리 내 문제에 대해 스페인어로 이야기를 해서 내가 중간에 끼어들면, 그들은 내가 알아듣지 못하도록 더 빠르고 작은 목소리로 자기들끼리 스페인어로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멕시코시티-서울로 가는 내 비행 편을 구하지 못한 채 어떻게든 나를 멕시코시티에 보내려고만 했다.
아에로멕시코 Supervisor Santujo : 아에로멕시코 본사가 멕시코에 있으니 그들은 너를 구해줄 거야. 멕시코는 보고타보다 공항도 크고 항공편이 훨씬 많아서 아무 비행기나 탈 수 있어
Sorita : 그럼 아에로멕시코 말고 다른 비행기를 타도 아에로멕시코에서 그 비행 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거니?
아에로멕시코 Supervisor Santujo :흠... 아마 그럴 거야. 그건 네가 멕시코에 가서 확인해 보면 돼. 멕시코시티 제2 터미널에 있는 아에로멕시코 2층 사무실에 가면 너처럼 오버부킹 돼서 비행기 못 탄 사람들이 많을 거야
Sorita : 아 그렇구나. 그럼 나랑 같이 가자. 네가 오버부킹 해서 내가 지금 한국에도 못 가고 혼자 여기 있잖아? 네가 책임져야지. 나 더 이상 같은 말 반복 못해
나는 아에로멕시코 Supervisor Santujo라는 이 인간 때문에 여럿이 오버부킹으로 피해를 봤음을 직감했다. 나는 조금도 물러날 생각이 없었고, 용서할 마음은 이미 사라졌다. 그들은 나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도 없었다. 모든 것은 내 탓이고 그들은 최선을 다해서 다음 편 항공권을 내 손에 쥐어준 것이 전부니 받아들이라고 했다.
나는 한국에 가지 못한다.
이미 회사에도 상황을 알렸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나는 아에로멕시코 Supervisor Santujo의 명함을 달라고 몇 번이나 요구했지만 그는 못 들은 척 말을 돌렸다. 결국 명함은 받지 못했으나 이름과 전화번호 (가짜일 수도 있다)를 받고, 보고타에서 멕시코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러 출국 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에 들어왔다.
순진하게도 아에로멕시코 Supervisor Santujo가 준 USD 250 바우처를 들고 멕시코 시티에서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입을 옷이라도 2벌 사려고 돌아다녔지만, 이런 바우처는 처음 본다면서 매장 직원들에게 전부 거절당했다. (앞서 말했듯이 그 바우처는 다음번 아에로멕시코를 예약할 때 할인받거나 좌석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1년짜리 바우처였다. 그는 이렇게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새벽 1시 30분이 되자 멕시코로 향하는 탑승 수속이 시작됨을 알렸고, 나는 게이트에서 나를 체크인한 그 소년을 운 좋게(?) 또 만날 수 있었다.
Sorita : 야! 너 나 기억하지?
Roger Smith : (눈도 안 마주치며) 응
Sorita : 이거 네 상사가 준 바우처인데 뭔지 아니? 공항 면세점에서 USD 250만큼 뭐든 살 수 있다는데 다들 처음 보는 바우처라며 거절당했네?
Roger Smith : 글쎄, 나도 처음 보는 거라...... 이따가 상사 올 건데 그때 물어볼게
새벽 1시 40분에 아에로멕시코 Supervisor Santujo가 게이트 앞으로 왔을 때 그 역시 내 눈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는 그에게 더 이상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비행기에 탑승 전 나는 '이 쓰레기 같은 바우처 한 장으로 나의 일을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안심하지 말라'는 말을 남긴 채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나는 4시간 내내 밥도 안 먹고 잠만 잤다.
어떻게든 빨리 보고타를 빠져나오고 싶었고, 잠을 푹 자야 맑은 정신으로 멕시코에 있는 아에로멕시코에 가서 한국에 가는 비행 편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고 일어나 보니 화장실에 제 때 가지 못해서 이미 옷은 살짝 더럽혀져 있었고, 하루 이상을 씻지도 못해서 몰골은 상그지가 따로 없었다.
이미 한국으로 제시간에 가는 것은 글렀다.
그러니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했던가?
타국에서 어떻게든 나 자신을 지키겠다는 각오로 나는 멕시코시티 제2 터미널에 위치한 아에로멕시코 담당자를 찾아 들어갔다.
파산 신청을 한 쓰러져가는 저가항공사가 만약 내 글을 상대로 시비를 건다면 나 역시 끝까지 싸울 것이다. 회사 법무팀에서도 내가 한국에 돌아오지 못해서 발생한 업무 공백에 관련하여 내용증명을 보낼 수 있게 할 것이며, 오늘까지 멕시코에 체류하면서 발생되는 모든 비용과 관련하여 손해배상할 수 있도록 영수증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금액은 중요한 게 아니다. 나 같은 피해자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