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간방 박씨 Sep 22. 2022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아직은?

코로나 너무 무서워요

엄마는 월요일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 엄마는 목소리가 변해 있었고, 목이 간질간질하다며 잔기침을 수시로 하셨다. 열은 그다지 높지 않았기에 코로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코로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에 비해 해외에 나가는 빈도가 높은 나는 운이 좋게 아직까지도 코로나에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해외에 나가서는 코로나에 확진되어 한국에 제때 돌아오지 못할까 봐 정말 조심하면서 다녔다. 지난 태국에 가서는 코로나에 확진되었더라도 입국이 가능했지만, 혹시라도 부모님께 코로나를 옮길까 봐 더욱더 조심하면서 다녔다.


그런데, 엄마는 추석이 지나고 3일 뒤 친척들 모임에 참석하셨다. 모임 중 나에게 보내온 사진에 엄마는 할머니 옆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계셨다. 엄마가 마스크를 쓰면 할머니가 잘 못 들으신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로는 엄마가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으면, 혹시라도 할머니가 오해를 할까 봐 반나절 이상을 무방비 상태로 계셨던 것이다. 춘천의 유명한 닭갈비집에도 가시고, 예쁜 카페에서 2시간 넘게 시간을 보내고 오셨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집에 돌아오셔서는 엄마 역시 찜찜하셨는지 다음 날 키트 검사를 하셨지만 다행히 음성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3일 뒤 엄마는 목에 이상 증세를 보이셨고, 목이 간질간질하다며 잔기침을 하셨다. 아침저녁으로 키트 검사를 해도 음성이라서 단순한 감기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틀 뒤 키트에 선명한 2줄을 확인했고, 드디어 내가 사는 공간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나는 금요일에 퇴근해서 엄마와 잠깐 시간을 보냈고, 토요일 저녁에는 저녁 식사를 다 같이 했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엄마 몸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집에서 쉬라고 '강요'하는 나의 말을 절대 듣지 않고 일요일만이라도 딸과 시간을 보내겠다고 밖을 나선 것이었다.


나의 오래된 친구이자, 엄마와도 만난 적 있는 콜롬비아 국방부 소속 공군 captain인 manuel에게 이 상황을 카톡으로 보냈다


<해석>
Sorita : 엄마가 코로나 걸렸어

콜롬비아 친구 : Sorita도 가능성이 있는 거야?

Sorita : 아직 몰라

콜롬비아 친구 : 아빠랑 같이 검사를 받아봐야 해

Sorita : 응....

콜롬비아 친구 : 엄마 상태는 어때?


아직 특별한 증상이 없었던 나는 엄마를 두고 나의 1인 숙소로 서둘러서 돌아왔다.

올해 2월 이후로 두 집 살림에 돈이 양쪽으로 깨진다고 불평만 해 왔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나만의 보금자리가 있다는 사실이 정말 행복하고 다행스러웠다.



<해석>
콜롬비아 친구 : Sorita는 매우 조심하니까

Sorita : 너는 아직 코로나 안 걸렸어?

콜롬비아 친구 : 응, 아직 안 걸렸어

Sorita : 아직 나도 음성이야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또 한 번 검사를 했다.



<해석>
콜롬비아 친구 : 오늘 하루 어떻게 지내고 있어?

Sorita : 아직 나 음성이야

콜롬비아 친구 : 엄마는 어때? 아빠는?


그리고 어제 아침에도 한 번 더 검사를 했다.

만약 코로나에 걸렸다면 지금부터라도 줄이 희미하게 나타나야 한다.



<해석>
Sorita : 아직 음성이야!


그리고 오늘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자마자 기계적으로 검사를 했다.



<해석>
Sorita : 아직 음성이야

콜롬비아 친구 : 하하하
 네가 코로나 이겨내고 있구나!


4일째 매일 검사했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고 음성이니 안심해도 되나 싶기도 하다. 엄마와 함께 집에 계셨던 아빠 역시 오늘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셨다. 나도 만약 집에서 출퇴근을 했다면 100% 확진이었을 거다.


내일 아침에 마지막으로 딱 한번 더 검사를 한 후 이상이 없으면 키트 검사는 그만하도록 하겠다.


키트 필요하다고 하니까 회사에서 두 상자를 바로 집으로 보내주셨다. 앞으로 이런 검사를 할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정말 무섭다


내가 코로나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를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모더나 1차, 2차 그리고 3차 접종자로서 12시간 후 엄청난 통증으로 밤잠까지 설쳤던지라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다. 다행히 몇몇 여성들이 겪었다는 생리불순이나 기타 부작용은 전혀 없었다.


모더나가 약이 센 만큼 항체가 생겼다는 표시도 뚜렷하다. 모더나 2차 접종 후 3주 뒤 항체 검사했을 때 화이자를 맞은 사람들보다 내가 가장 뚜렷하게 선이 나타났다


앞으로 2주 동안 집에 가지 않을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일에 운동은 계속된다. 지금 숙소에서 필라테스 센터까지 가는 길을 이미 알아뒀다. 다만 문제는 10월 달 출장을 위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여권하고 증명사진이 전부 집에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 4일 째를 겪고 계신 엄마한테 부탁해서 여권을 회사로 빨리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어 한 마리와 잡고기 매운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