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지키는 힘
눈을 떴을 때 책임감과 마주하게 된다. 크고 작은 책임감이 우리의 아침을 깨운다. 극도의 불안감이 우리를 짓누르고, 가면 뒤에 숨겨진 각자의 두려움이 손을 잡는다. 가면의 두께에 따라 이익의 주체는 공동체가 되기도 하고, 개인이 되기도 한다. 공동체의 복지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이 착복당하기도 한다.
소수가 제시한 선입관을 따라 살아가야만 하는 힘겨운 삶에서 ‘사랑’을 말하는 것은 망상일까. 소수의 배를 채우고 남은 것을 먹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삶을 ‘희망’이라는 포장지로 덮어야만 할까. 물질의 풍요가 준 권태에 짓눌렸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할까. 과연 우리의 피와 땀과 눈물은 어디로 증발했을까.
남편과 점점 살기 힘든 세상을 체감할 때면 ‘만약에’라는 단어로 대화를 시작한다. 만약에 그때 그 땅을 샀더라면, 그 아파트를 샀더라면, 그 종목의 주식에 투자했더라면. 대부분은 물질에 관한 이야기다. 허무맹랑한 가정법임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잠시나마 과거를 되살리며 지금을 다른 길로 바꾸는 상상을 한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우리의 계산을 넘어선다.
불행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병이 들거나, 갑작스러운 불운이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 탄생과 동시에 죽음이 예정된 것처럼, 병도 죽음도 결국은 우리를 향한다. 그러나 끝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지금을 더 소중하게 만든다. 아마도 그래서 불행 속에서도 작은 손길, 따스한 말, 익숙한 일상을 붙들며 살아가려 하는지도 모른다. 자기혐오와 자기연민에 갇혀 삶을 허비하기보다, 인생을 마주하며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인생은 밀어내면 낯설어지고, 다가가면 조금은 익숙해진다. 고통은 피하려 할수록 더 깊어지고, 받아들일수록 그 얼굴을 드러낸다. 사랑 또한 다르지 않다. 사랑을 바란다면, 자신이 살아가고 싶은 모습과 먼저 가까워져야 한다. 삶은 언제나 불확실하고, 불행은 피할 수 없지만, 그 속에서 어떤 마음을 품느냐에 따라 같은 하루도 전혀 다른 빛을 띠게 된다. 어둡고 무거운 날에도, 마음 하나가 그 하루를 조금은 부드럽고 깊이 있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불확실한 내일을 산다. 경제의 위기, 질병의 그림자, 관계의 단절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개인이 쌓아 올린 방어막은 허술하다. 불행은 담장을 넘어 들이닥치고, 그 고통은 자신의 삶을 흔든다. 그래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연대를 갈망한다. 사랑은 거창한 개념이 아니라, 서로의 무너짐을 막아 주는 가장 현실적인 힘이다.
곁에 있는 사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계산하지 않는 선택은 작아 보이지만,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지친 친구를 위해 자리를 내주고, 병든 부모님을 돌보고, 동료의 실패 앞에서 손을 내미는 순간, 우리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선 무엇을 쥐게 된다.
아침에 아이를 깨워 학교 갈 준비를 도와주고, 아이의 하루를 조심스레 들어주며, 학교에서 있었던 작은 고민이나 즐거움을 함께 나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하루지만, 이런 작은 관심과 마음이 서로에게 버팀목이 된다.
출근길에 남편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거나, 바쁜 하루 속에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고, 친구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사소해 보여도, 그런 언행이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준다.
세상은 거대하고 복잡하지만, 한 사람의 선택과 용기는 작은 균열을 메우고, 무너지는 세상 속에서도 삶을 붙잡게 한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은 통제할 수 없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이어 가고, 관계를 지킬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이다. 오늘 누군가를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불확실한 내일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힘을 얻는다. 작은 책임과 배려는 삶을 허무하지 않게 만드는 방식이다.
우리 주변에는 눈에 띄지 않는 사랑이 흐른다. 지하철에서 노약자를 위해 자리를 양보하는 손길, 길 잃은 강아지를 집으로 안내해 주는 마음, 몸이 힘든 동료에게 잠시 쉬라고 말해 주는 배려. 이런 일상적인 순간들은 겉으로는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우리의 인생과 관계를 조금씩 단단하게 쌓아 올린다.
사랑은 결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닿았는가로 증명된다. 대단하지 않아도, 큰 희생이 없어도 된다. 오늘 내가 손을 내민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 선택이 나를, 나의 삶을, 세상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당신의 하루에 건네는 작은 질문
1. ‘만약에’라고 생각했던 일은 무엇인가요?
떠올린 상황:
그 생각이 남긴 여운:
2. 오늘, 누군가를 위해 손을 내민 순간은 언제였나요?
손을 내민 순간:
그 순간 느낀 감정:
3. 사랑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사랑을 느낀 사건:
그 사건을 통해 달라진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