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너머로 이끄는 창의성
쾌락이 몸을 덮친다. 눈앞의 장면, 귀에 스미는 소리, 손끝의 감촉이 마음을 단번에 흔든다. 오감이 주는 즐거움은 단순하지만 깊다. 그 단순함은 생각보다 강해서 의미를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된다. 생각하지 않아도 웃을 수 있는 예능을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볍고, 재미있고,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세계.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고 침대에 몸을 누인 뒤, 옆에 있는 리모컨을 눌러 예능을 틀어놓는다. 그때의 즐거움은 사유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오히려 생각이 개입하는 순간 재미는 반감된다. 맥락적 사고로 설명되지 않는 웃음, 이유 없는 해방감, 클릭 한 번이면 도착하는 손쉬운 위로. 그것이 감각이 주는 쾌락이다.
감각 너머의 쾌락이 열린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미술관을 찾았을 때였다.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들어섰지만, 낯선 답답함이 먼저 마음을 잠식했다. 작품 앞에 서 있어도 즐거움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색과 형태가 주는 시각적 자극만으로는 작품이 전하려는 무언가에 닿을 수 없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길을 잃었다.
입구 벽에 적힌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설명을 천천히 읽었다. 시대적 상황과 작가의 의도를 이해한 뒤 다시 작품을 마주하자,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생각으로 작품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아픔이 이렇게 표현되었구나. 슬픔은 이 색으로, 기쁨은 저 색으로 담았구나. 캔버스 위 거친 질감은 지난 시절의 고통을 말하는 걸까.’ 생각이 자연스레 흘러갔다. 작품이 만들어내는 생각의 연결고리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사유와 내 안의 사유가 맞닿으며 새로운 자극을 만들었다. 그렇게 맞닿은 순간, 예술이 주는 쾌락은 감각을 넘어 마음 깊이 스며드는 사유의 기쁨임을 깨달았다.
사유는 막혀 있던 작업의 길을 열어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세 시간을 훌쩍 넘기며 그림 작업에만 몰입했다. 생각이 손을 움직인 것이다. 첫 경험이 주는 신선한 쾌락은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완성작이 내게 물음을 던졌다. ‘창의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단순히 많이 보고 듣는다고 해서 창의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생각의 힘이 필요하다. 감각 너머를 사유하는 사람만이 창의성에 닿는다. 창작자는 눈앞의 대상을 단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본질을 붙잡고, 자신의 사유와 결합해 새로운 형태를 빚어낸다. 낯선 결합, 다시 엮인 맥락. 그 안에서 전혀 다른 무언가가 태어난다.
창작자의 작품에는 그만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붓질 하나, 색채 하나, 구도 하나에 그의 생각과 의도가 배어 있다. 언어로 다 담아낼 수 없는 깊은 울림. 그것은 인간이라는 유한한 존재가 죽음을 향해 걸어가며 남긴 흔적이다. 인간은 소멸하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남는다. 그 안에는 한 생애가 응축되어 있고, 정신이 담겨 있다.
인공지능은 무한히 복제되고, 지치지 않는다. 클릭 한 번이면 만들어낸다. 그러나 인간의 예술은 다르다. 하나뿐인 생애, 한 번뿐인 선택 속에서 나온 유일한 흔적이다. 무한히 생성되는 결과물과 유한한 삶이 빚어낸 작품은 같을 수 없다. 인공지능이 작품을 설명할 수 있어도 그것은 계산된 서술일 뿐이다. 인간이 남긴 작품 설명에는 삶의 무게가 깃들어 있다. 살아낸 시간, 겪어낸 상처, 사랑과 상실, 기쁨과 절망이 있다. 그 차이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예술의 쾌락은 감각을 흔드는 차원을 넘어, 존재를 흔드는 차원으로 나아간다.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손끝은 단순한 감각의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생각을 움직이고, 창의성을 열며, 인간의 삶을 증언한다. 나는 오늘도 묻는다. 쾌락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감각 너머 사유의 영역에 닿을 수 있다면, 조금 더 창의적이고 예술에 가까운 인간이 되고 싶다.
당신의 하루에 건네는 작은 질문
1.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끝으로 느낀 것 중, 가장 마음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최근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감각 경험:
그 순간이 내 마음에 남긴 감정:
2. 작품이나 글, 음악을 통해 내 안의 감정을 발견한 순간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나를 돌아보게 만든 작품, 글, 음악:
앞으로 나의 감정을 더 알아차리게 할 방법:
3. 낯선 경험을 자신의 생각과 결합해 새로운 시도를 해본 적이 있나요?
낯선 경험이 준 의외의 깨달음:
이번 경험을 통해 바꾸거나 적용해 보고 싶은 생각이나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