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이 혼란이 온다.
독하게 살자고 다짐하고 계획까지 세운 지 하루만이다.
나는 폭풍의 한 가운데 서있다.
선배에게 받은 자소서 첨삭이 트리거가 되었다.
피드백을 받고 보니, 자소서가 객관적으로 읽히기 시작했다.
이건 쓰레기다.
그나마 남에게 보여줄만 한 내용을 선정한 것인데도 말이다.
선배와의 전화를 끊은 직후,
자소서를 고쳐보겠다는 열의로 가득찼던 마음은 갈수록 심란해진다.
여태까지 이런 내용으로 지원서를 내왔다니.
자기객관화가 이렇게 안되어서야.
자격증 공부와 자책을 넘나들며
어느새 새벽 3시.
아무리 심란해도 잠은 자야지. 내일이 있으니까.
침대에 누워 본 영상 속 그의 모습은
한동안 잊고 살았던 무언갈 건드렸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원하던 것은 무엇이었나.
분명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가 있는 삶,
생명으로 가득찬 삶,
평화롭고 조용한 삶을 바라왔다.
독하게 마음을 먹겠다는 어제의 다짐과
과거를 호되게 반추하고 반성하겠다는 오늘의 의지와
너무 상반된 것이 아닌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걸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
지금 하는 것들이 맞는 것인가?
원하는 바를 진정으로 안다면, 그 다음은?
이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삶의 방향을 바꿀 용기가 있는가.
없다.
나는 능력도 단단함도 용기도 없다.
아, 참으로 사색하며 마음껏 울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