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온 브런치북 대상작 10권으로 출판 트렌드를 참고해보세요
저는 원래도 서점을 자주 가긴 하지만 특히나 기획안을 쓰다 막히면 서점으로 출발합니다. 신간 코너와 베스트셀러 코너 제목들을 확인해보면 최근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와 욕망이 뭔지가 보이거든요. 시대적 흐름을 한눈에 보기에 신간 훑어보기만큼 효과적인 것도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광화문 교보문고에서는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 10권을 전시 중인데요.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좀 더 설명해드리면요, 카카오 브런치에서는 매년 출판사들과 함께 새로운 저자를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참가하는 출판사들에게 이렇게 제안하는 거죠. “우리 브런치에 글을 쓰는 분들 중에서 당신의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싶은 작가를 뽑아주세요. 그러면 그 과정에서 출간과 홍보까지 함께 지원하겠습니다”라고요. 이번에는 10곳의 출판사가 참여해 저자를 찾아서 책을 냈어요.
올해의 전시작 열 권을 제가 다 읽어보니까, 두 권씩 공통점을 묶어서 소개를 해드릴 수 있겠더라고요. 제가 진행하는 #정문정답 유튜브에서도 소개했지만 글로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 대본을 정리했어요. 이러한 특징들을 따라오시며 여러분도 출판계 트렌드를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우선 <젊은 ADHD의 슬픔>과 <우리 세계의 모든 말>은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90년대생 여성 작가가 쓴 책이라는 겁니다. 90년대생 작가들이 확실히 출판계에 자주 보이기 시작했어요.
<젊은 ADHD의 슬픔>에 대해서 쓴 정지음 작가는 코미디 드라마를 쓰고 있다고 해요. 희극을 쓰는 사람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제목은 ‘슬픔’이죠. 싫증을 많이 내고, 일에 끝을 보기가 어렵고 실수를 너무 많이 하고, 어떤 일에 중독이 너무 잘 되는 등의 증상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주니까 병원에 찾아갔다가 주의력 결핍이 맞다는 진단을 듣습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자기의 문제나 고유한 특성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ADHD의 전형적인 특성이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아요. 책은 저자가 이 과정에서 이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기록하고 있는데요. ‘혹시 내가 ADHD인가?’ 고민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우리 세계의 모든 말>은 부제가 명확하게 내용을 요약 설명하는데요. 부제가 ‘91년생 동갑내기 여성 작가 둘이 책에 대해 말하면서 주고받은 이야기들’입니다. 단짝 친구들끼리 교환일기를 쓰는 건데, 둘의 특성이 달라서 재미있어요. 저자 소개란을 보면 김이슬 저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로또를 꼭 산대요. 그런 게 바로 희망이라고 생각한답니다. 또 다른 저자 하현 씨는 로또 사는 돈이 세상에서 제일 아깝다고 생각한대요. 이 짧은 특성에서도 성격의 차이가 보이죠? 책은 마음이 닿은 책의 일부분을 인용한 후에 의견을 덧붙여 공유하는 방식으로 펼쳐지는데요. 저는 특히 이 부분이 제일 좋았습니다. 인용한 김정연 작가의 책 ‘이세린 가이드’에 이런 대목이 나와요. ‘누군간 레코드를 녹음하고, 누군간 글을 게시하고, 누군간 기록을 재고, 누군간 출마를 하고, 또 누군간 자식을 낳기로 결심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각자의 방식으로 크레딧을 남기고 싶어 하는 게 틀림없다고. 누구든 사는 동안엔 목격자를 필요로 한다고.’ 저자는 이 대목을 소개하면서 상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어쩌면 나도 크레딧을 남기고 싶은 것 같아. 내 삶에 목격자가 필요한 것 같아. 삶이 한 편의 영화라면 내 영화가 끝날 때 너는 내 크레딧에 이렇게 기록될 거야. ‘목격자가 필요한 순간마다 내 삶에 기웃거려준 사람...’이라고." 여러분 곁에는 삶의 목격자가 되어줄 사람이 있으신가요?
두 번째로 묶을 수 있는 책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자기만의 시도를 통해 자기만의 답을 찾아나가는 책’입니다.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와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죠. 이처럼 특히 일에 대한 태도, 비건에 관한 책이 최근 서점에 자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의 이진선 저자는 이렇게 질문을 던집니다. 저자는 10년 넘게 일한 디자이너예요. ‘능력 있는 사수가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사수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지?’ 라고요.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좋은 사수가 있어야 한다. 없으면 힘들다’가 아니라 애초에 사수는 없는 게 기본 값이라고 생각하라고요. 그 뒤에 스스로를 지도하고 스스로를 성장하게 하기 위해서 ‘자기 발견’과 ‘자기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성찰 한 뒤, 혼자서 고립되지 말고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방향을 세워보라고 제안합니다.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의 이동호 저자는 우리의 육식 생활에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먹는 그것, 고기 이전에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라고요. 현대식 축산 시스템 속에서 닭은 1개월, 돼지는 6개월, 소는 30개월밖에 살지 못합니다. 싸게, 빨리 키우기 위해서 닭은 몸을 움직이기도 힘든 케이지에서 낮밤 구분 없이 생활하고, 수평아리는 상품가치가 없다고 산 채로 분쇄하고, 돼지는 마취도 없이 거세를 해버리며 소는 마블링을 위해서 좁은 곳에서 살만 찌웁니다. 우리는 이 과정을 자꾸만 모르는 척하는데요. 저자는 육식에 대한 고민 끝에 직접 돼지를 마당에서 키우고 잡아먹습니다. 이 체험기를 들려주며 저자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완전한 채식만이 답은 아니며 더 나은 변화를 향해 조금씩이라도 시도해보는 게 중요하다고요. 책에는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작은 선택으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자연 양돈 방식으로 기른 돼지고기를 먹는다면 돼지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마블링 없는 3등급 고기를 먹는다면 옥수수 생산을 줄일 수 있다. 옥수수가 줄면 죽음의 해역을 좁힐 수 있고,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을 지킬 수 있다. 고기 섭취량을 줄인다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로 묶을 수 있는 두 권의 책은 ‘일상생활 에세이’입니다. <합정과 망원 사이> <대체로 가난해서>를 편안하게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이야기로 함께 소개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에 <합정과 망원 사이>라는 제목을 보고 웃었어요. 제가 여기 살고 있거든요. 이 주변에는 원래도 출판사가 많았고, 파주 출판도시와도 접근성이 용이해서 출판계 사람들이 많이 살아요. 문화 예술 쪽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들이 모여 있는 젊은 동네죠. 트렌드에 민감한 곳이라는 것이 길을 걷다 보면 자주 느껴지는 것이, 독립서점과 북카페, 비건 식당, 소품샵이 많아요. 이 동네와 관련해서 이런 농담도 있어요. 대전 시내에서 ‘박사님~’하면 절반이 뒤돌아보고 합정동 카페에서는 ‘작가님~’하면 절반이 뒤돌아본다고요. 신문 기자로 일하고 있는 유이영 저자가 이 트렌디한 동네에서 1인 생활자로 살며 동네살이의 재미와 추억을 남긴 이야기를 풀어내 공감하며 볼 수 있어요. 여러분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이렇게 한 번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제안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대체로 가난해서>는 제목처럼 대체로 가난한 생활에서 겪는 애환에 대해 풀어내는 책입니다. 윤준가 저자는 출판 편집일을 하는 프리랜서예요. 남편분도 음악을 하는 프리랜서다 보니까 정기적인 수입이 들어오기가 힘들어요. 생활이 빠듯하기에 남들이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에 대해 고민하는 날이 많습니다. 포기해야 할 것도 많죠. ‘좁은 집에 살아야 하니 잡동사니를 넣어둘 베란다가 없고, 베란다가 없으니 빨래를 거실에서 널어야 한다. 건조기는 너무 비싸서 들일 엄두를 낼 수 없고, 잡다한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수납장을 둘 공간도 부족해서 아무리 정리를 해도 미니멀리즘과는 먼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같은 이야기를 해서 끄덕거리게 됩니다. 편안한 말투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기본소득 같은 이슈에 대한 의견도 풀어내 다 함께 생각해볼 이야기도 덧붙이는 책입니다.
네 번째로 묶을 수 있는 책은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하룻밤 미술관>입니다. 요즘 미술 관련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여행을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예술 관련 책이 많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 두권은 그림에 대한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책인데 성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부터 이야기해볼게요. 10년간 교사로 일을 했던 태지원 저자는 현재는 잠시 휴직을 하고 남편을 따라 중동에서 아이를 키우고 계신대요.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는 중동에서 얼마나 외롭겠어요. 저자는 이렇게 외로울 때 그림에서 답을 찾았대요. 일상에서 어떤 고민이 생기면, 그와 공명하는 그림을 찾아내서 해석하고 위안을 얻는 방식이었죠. 예컨대 ‘나는 항상 사회에 부적응하는 사람이야, 사회와 불화하고 있는 사람이야’ 같은 생각이 들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떠올리는 거죠. 이 작품은 당시 너무 외설적이고 뻔뻔하다며 비난을 받았어요. 하지만 그의 그림은 수준이 낮거나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당대에 인정되던 전통과 달랐을 뿐이었죠. 후에 이 작품은 명작의 반열에 올랐고요. 나의 부적응도 그처럼,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다만 달랐을 뿐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고민 하나에 그림 하나를 엮어 해석을 곁들이는 에세이입니다.
앞의 책이 그림 ‘에세이’라면 <하룻밤 미술관>은 미술을 쉽게 소개하는 교양서예요. 이원율 저자는 신문사 기자로, 사회 현상을 기사로 쉽게 풀이하듯 그림의 역사도 쉽게 설명해서 입문자들의 심리적 허들을 낮추었습니다. 책의 부제가 정확해요. ‘미술에 발 담그고 싶은 당신을 위한 생애 첫 미술책’이라고 되어 있거든요. 예컨대 프리다 칼로, 이중섭, 모네, 고흐, 고갱 뭉크처럼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예술가들의 일생과 대표작을 흥미로운 스토리와 엮어냈어요. ‘고흐는 정말 자살했을까요?’ ‘이중섭의 기구한 가정사를 아시나요?’ 같은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예전에 본 프로그램 ‘신기한 TV 서프라이즈’가 연상됩니다. 미술에 관한 교양을 쌓고 싶은 청소년이 본다면 특히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섯 번째로 묶을 수 있는 책은 시대적 변화와 정치 시스템에 대해 고찰하는 내용의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입니다.
인터넷을 하다 보면 내 취향에 맞춰 정확히 상품을 추천해줘서 놀랄 때가 있어요. 검색 기록, ‘좋아요’를 눌렀던 기록들이 모두 남아서 취합되고 전달되어 사용되는 거죠. 뿐만 아니라 우리는 요즘 어딜 가나 큐알 코드를 찍어서 동선을 기록하고 있어요.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의 한중섭 저자는 코로나로 인해 가속화된 이 감시 시스템이 앞으로 더욱 치밀해지고 일상화될 거라고 경고합니다. 예컨대 중국 같은 경우에는 안면인식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이로써 신원을 인증하고 결제시스템까지도 연동되게 하죠. 그런데 이 같은 얼굴 데이터 등록이 소수민족을 탄압하거나 체제에 불응하는 사람들을 감시하는데도 쓰인다는 거예요. 제목이 ‘친절한 독재자’인 이유는 여기서 나옵니다. 역사적으로 나쁜 독재자들은 비밀리에 도청을 해서 개인 정보를 캐냈다면 이제 현대의 ‘친절한’ 독재자들 앞에서는 우리가 자발적으로 정보를 갖다 바치고 있다는 것이죠. 앞으로 이런 흐름은 더욱 확산될 텐데 이것을 단순히 ‘안전을 위해서’라는 가치로만 용인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는 책입니다.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 김현성 씨가 선거의 역사를 통해 한국 정치적 변화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우리 학교 다닐 때 배웠죠. 419 혁명, 유신헌법, 6월 항쟁, 촛불 시위...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선거가 있었고 특히나 한국의 경우에는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역동성이 어마어마하죠. 최불암, 이주일, 이순재, 강부자 등 유명 연예인들은 왜 비슷한 시기에 국회의원이 되었을까? 왜 어떤 이는 당시에 대세였지만 대통령이 되지 못했고, 왜 어떤 이는 다크호스처럼 등장해서 최후에 승리했을까? 같은 질문들에서 시작된 선거의 주요 스토리가 나열돼 있어요. 책은 선거장에서의 변화를 통해 K-민주주의의 특징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내년에 아주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잖아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죠.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고찰하는 과정이 꼭 필요한데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거장에 가야 할지 고민된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이렇게 제8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10권을 소개해봤는데요. 요즘의 출판 트렌드가 좀 손에 잡히시나요? 다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자들도 곧 모집할 예정이라고 해요. 대상 수상 작가에게는 상금 각 500만 원을 수여하고, 국내 유수의 출판사와 도서 출판 기회, 마케팅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는 9월 중순 브런치에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미리 브런치북을 기획해보고 응모 준비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유튜브 정문정답 영상 보러 가기 : https://youtu.be/IhSAPgXH3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