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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Park Apr 10. 2021

코인 란드리

코인 란드리는 동네 잡화점 건물 모퉁이에 있었다. 아홉 시가 넘어가는 여름 저녁이라 다른 곳은 문을 닫고 이곳과 옆의 작은 음식점만 문을 열어 놓고 있었다. 세탁기는 동전을 넣으면 세제가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이었는데 위에 적힌 설명을 읽을 수 없어서 가게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주머니(겨울 이불 빨래를 하러 온 것 같았다)와 운동화 건조기 앞에 앉아 있던 남자애에게 영어로 물었더니 손짓과 짧은 단어로 설명을 해줬다.

세탁 시간은 30분쯤. 건조가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남편은 아예 기다릴 작정으로 핸드폰과 이어폰을 같이 들고 왔고 나는 어영부영하다 빈손으로 왔더니 멍청하게 빨래가 기계 속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걸 보는 수밖에 없었다.  잠깐 둘러보겠다고 하고 거리로 나왔다.

사거리였는데 건너편 24시간 오픈인 작은 마트 불빛과 신호등. 신호등 위로  큰 도시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탈 수 있는 고가도로가 있었다.  음식점 간판 옆에 매달린 버그 스파크에서 나방과 모기가 들러붙었다 치직하고 감전되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마트에서 세안제를 사볼까 하고 들어갔지만 내가 찾던 물건은 없었다. 실은 사고 싶은 게 뭐였는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나와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데 건너편 저쪽으로 가로등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승합차와 트럭들이 가끔 지나갔다.

나는 가로등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멀리 가보고 싶었다. 조용조용 말하기 좋은 누군가와 같이 가도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혼자라도 좋을 것 같았다. 낡은 신발과 지갑만 가지고 계속 걷다 모르는 곳에 숙소를 잡고 다음 날에도 계속 걸어보고 싶었다. 식사는 간단히 해결하고 지나가다 작은 동네 서점에 들르고, 엽서를 사서 뭔가 끄적여 보고 싶었다. 계속 걸어서 크지 않은 사원이나 성당에 들르고 서너 살 아기들이 노는 놀이터를 지나서 초등학교를 지나고 대학 식당에서 다시 밥을 먹고 늦으면 근처 작은 술집에서 차가운 술을 마셔보고 싶었다.

들고 있던 플라스틱 잔에서 얼음이 녹아 딸각 소리를 냈다.  보행 신호가 다시 붉은색으로 바뀌려는 참이었다. 여전히 거리에는 아무도 없어서 나는 서둘러 길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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