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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Park Apr 10. 2021

거울

지금 독일의 남서부 지역, 옛날 옛적 이곳에는 싸움을 그치지 않는 나라들이 있었습니다. 남자들은 전쟁에서 죽고, 어린이와 여자, 노인들은 먹을 것이 부족해서 죽어나갔습니다. 백성들도 귀족들마저도 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느 귀족의 집에 세 자매가 살았습니다. 위의 두 언니는 미모가 뛰어났고, 막내는 신비한 지혜를 가진 아이였습니다. 큰 딸은 키가 크고 화려한 금발의 미인, 둘째는 장밋빛 뺨과 까마귀의 깃털처럼 윤기가 흐르는 흑갈색 머리카락의 아담한 미인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막내는 아름답진 않지만 그게 누구든 상대의 장점과 단점을 꿰뚫는 흔치 않은 재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큰 딸이 혼기가 찼을 때, 그 나라의 왕비가 젊은 나이에 병으로 후사 없이 죽게 되자, 아버지는 딸을 왕에게 시집보냅니다. 큰 딸은 외모로는 어딜 가도 자신이 있었지만 궁정생활은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큰딸은 아버지에게 부탁해 영리한 막내, 자신과 사람들의 본질을 읽어내는 동생을 시녀로 데려갑니다. 결혼 후, 막내는 언니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언니는 영리한 동생 덕분에 죽은 왕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매력과 카리스마를 가진 궁전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차츰 세력을 키우고 싶었던 세 자매의 아버지는 둘째 딸을 나약하지만 착한 왕의 동생과 결혼시킵니다. 

그즘, 불행히도 임금은 갑자기 일어난 전쟁에 몸소 전투에 나섰다 전사하고 맙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귀족과 왕족들은 당황하고 왕비는 시동생에게 왕좌가 가기 전에 친히 여왕이 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착하기만 했던 왕세제는 알 수 없는 병으로 형의 뒤를 따르고 맙니다. 여왕이 배후에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았습니다. 

궁정에 따라와 살던 막내는 어린 시절 다정했던 언니들의 불행에 마음 아파합니다. 게다가 큰 언니는 왕좌를 차지했지만 둘째 언니는 고립되어 언니의 견제를 받으며 숨죽이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혹시 둘째가 다른 마음을 품거나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에게 힘을 실어줄까 두려웠던 여왕은 더 철저한 감시를 위해 자신에게 충실했던 막내를 동생에게 보냅니다. 어쩌면 점점 달라지는 자신을 바라보는 막내의 시선이 꺼림칙했는지도 모릅니다. 

둘째 언니의 여전히 아름다운 뺨과 머리카락을 본 막내는 자신이 그 얼굴을 무척 그리워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감시 대신 자신의 지혜로 흑발의 왕자비 princess에게 앞으로 살아남기 위한 조언들을 건네기 시작합니다. 여왕은 여태껏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이 오로지 자신의 능력과 아름다음 때문이라고 차츰 자신을 속이고 있었지만 사실 그녀 뒤에서 차근차근 궁전 안팎을 돌본 것에는 막내의 재능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아름답지 않지만 명석한, 그리고 수년간의 공부와 경험으로 사람들의 마음과 두려움, 열심과 주저함을 꼭두각시 인형 다루듯 하게 된 막내는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흑발의 여왕을 왕위에 세우겠다고 마음먹고 근처 광산에 숨어 사는 작지만 다부진 체격의, 믿을만한 닌자 일곱을 왕자비의 근위대로 삼고 이웃나라로 빠져나가게 합니다. 힘을 길러 여왕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도록. 사람들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볼 듯한, 그렇지만 자신의 속마음은 절대 드러내는 법이 없는 이 신비한 여인을 '거울'이란 별명으로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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