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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Mar 03. 2020

한국 가정식 아침식사

맛있는 로컬 푸드와 핸드드립 커피를 드려요

정갈하고 청결한 방과 주인의 환대만으로 게스트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뭔가 부족했다. 가성비 좋은 호텔이나 다른 게스트하우스와의 차별화를 위해 우리에게는 다른 전략이 필요했는데, 나는 우리집이 최소한의 인원이 조용하고 쾌적하게 지내며 편하게 숙면을 취하고, 맛있는 로컬 푸드를 먹을 수 있는 곳이길 바랐다. 그래서 우리는 이층침대를 놓지 않기로 했다. 대신 넉넉한 사이즈의 품질 좋은 침대와 매트리스를 들였다. 그리고 한국식 아침식사를 제공하기로 했다.


우리는 가능하면 게스트들과 둘러앉아 아침을 함께 먹었다. 아침식사 자리는 어제는 어디에 가서 무엇을 했으며, 오늘은 어디에 갈 예정이고, 다녀온 중에는 어디가 정말 좋았는데, 거기서 꼭 사거나 먹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여행 꿀팁을 나누는 장이기도 해서 늘 유쾌하고 정신이 없었다. 식탁 위로는 늘 영어와 중국어, 홍콩어, 일본어, 한국어가 뒤섞여 흘렀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남편이 마당에서 직접 로스팅 해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의 한국식 아침식사 시간은 숙소의 여러 단점을 커버해 주었다. 주인장이 친절하고 아침식사가 맛있어서 지하철에서 좀 멀어도 꼭 한 번 가볼 만한 곳이라는 리뷰도 많이 올라왔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웠고, 덕분에 플랫폼의 평점이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작은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음식을 준비하는 내가 너무 힘들다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침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원칙을 몇 가지 세웠다.





첫째, 식단은 밥, 국(탕,찌개), 김치로 제한했다. 반찬을 없애고 덮밥 위주로 준비했는데 이를테면 불고기덮밥, 카레덮밥, 짜장덮밥, 비빔밥 같은 것들이었다. 때로는 만둣국, 잔치국수, 짜장면 같은 일품요리를 하기도 했다. 국으로는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계란국, 뭇국, 된장국, 김치콩나물국 같은 것을 준비했다. 미국이나 유럽 게스트들 중에는 국을 스프처럼 생각해서 제일 먼저 먹어버리거나, 비빔밥을 섞지않고 그대로 먹는 경우도 있었는데 정신없이 아침을 챙겨주다보면 먹는 법을 알려줄 틈이 없어 생기는 일이었다.


둘째, 1일 1메뉴를 원칙으로 했다. 메인 메뉴를 몇 가지씩 준비하는 것은 비용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엄청난 낭비였다. 보통 일주일 단위로 식단을 짰기 때문에 종종 오래 머무는 이들은 몇 번씩 같은 메뉴를 먹기도 했다.


셋째, 체크인 시 일행 중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못 먹거나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있는지 등을 미리 체크했다. 언젠가 한번은 불고기덮밥을 했는데 대만에서 온 게스트 한 명이 밥을 거의 남긴 것을 알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종교 문제로 소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고 했다. 맨밥과 국만 먹느라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 이후 아침식사 관련해서 최대한 미리 체크를 했다. 경험상 일본인과 중국인은 전혀 문제 될 게 없었고, 그 외 거의 모든 나라의 게스트들은 종교나 신념, 혹은 알러지 등의 문제로 음식을 가려야 했다.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을 수 없었고, 베지테리언이었으며, 글루텐 분해효소가 없거나 새우 알러지가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채소나 닭고기 위주로 메뉴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넷째,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게스트들을 위해 간장 소스를 추가로 준비했다. 짜장, 카레, 불고기덮밥 같은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비빔밥을 할 때는 문제가 되었다. 매운 소스를 못먹는 이들을 위해 고추장 소스 외에 간장 소스도 준비했는데 과연 간장 소스 비빔밥이 맛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다섯째, 그 외 아침식사로 한식을 버거워하는 북미 유럽권 게스트를 위해 한편으로는 토스트와 주스, 우유도 준비했다. 이럴 때는 음식과 관련해서 특별히 좋은 점수를 받기가 어려웠으므로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아쉬웠던 점은  주스, 과일 값이 도무지 만만치 않아서 그들이 감동을 느낄 만큼 넉넉하게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직접 볶아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만큼은 늘 '엄지척'을 받았다. 우리에게 한국식 아침식사는 좋은 리뷰를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으므로 힘들어도 초심을 잃지 말고 꾸준히 해나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장 기분 좋은 일은 그 어느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보다 우리집의 아침식사가 제일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다. 비빔밥과 불고기덮밥, 김치찌개가 가장 반응이 좋았는데, 김치찌개와 함께 제공한 치즈계란말이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과일 참외도 꽤 반응이 좋았다.

오랜만에 반가운 단골 게스트가 오면 우리는 종종 짜파구리를 끓여먹거나 파전을 부쳐 막걸리를 나누었으며, 때론 모두 함께 둘러앉아 만두를 빚어 먹었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게스트들이 모여 함께 만두를 빚는 시간은 예기치 않은 즐거움을 주었는데, 나라마다 빚는 스타일이 달라서였. 야무진 손놀림으로 우리를 깜짝 놀래킨 중국 게스트의 만두가 가장 예뻤다.


우리의 아침식사에 대한 보답으로 몇몇 게스트들은 자신들이 요리를 해주겠다고 나섰다. 베이징의 젊은 부부는 중국식 짜장면을 만들어주었고, 스위스에서 일하고 있는 싱가포르 자매는 파운드케잌을 구워주었다. 소스 선물도 많이 받았는데 이를테면 중국이나 대만의 라조장, 인도의 마살라 가루, 싱가포르의 카야잼, 일본의 카레 같은 것들이었다. 이들이 선물해준 마법의 소스들은 두고두고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는 것, 따뜻한 정을 느끼는 데 이보다 더 강렬한 경험이 또 있을까.


아침식사가 끝나면 하나 둘씩 오늘의 여행을 위해 외출을 한다. 그중 누군가와는 아쉬운 작별인사를 한다.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게스트를 반갑게 맞이한다. 우리집에 머무는 손님을 위해 재료를 사고, 다듬고,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이 꽤 벅차긴 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보람된 일이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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