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가 일에 미치는 이유
일 년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절대 독립을 하지 않거나 혹은 퇴사를 하지 않을 것이다. 먼 출퇴근 시간도 문제였지만, 30살이 다가올수록 가족과 떨어져 혼자 독립하는 게 간절해졌다. 방음의 문제로 밤마다 잠을 설치고, 6시에 일어나 7시 30분에 출발해야 강남에 있는 회사에 늦지 않게 도착하는 출퇴근의 거리, 퇴근 시간 이후 내 시간을 갖고 싶지만 집에만 도착하면 씻고 잠들기 바빠 청소도 못해 지저분해진 방. 모든 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작년 7월, 운 좋게 다른 오피스텔보다 저렴한 가격의 방을 얻을 수 있어서 덜컥 계약했지만, 오피스텔 리모델링 문제로 6개월만 살고 작년 12월 신축 오피스텔로 이사를 왔다. 일 년 사이에 두 번의 이사는 텅장을 텅텅장으로 만들어 버렸고, 이제는 월세+관리비가 나가는 날이 다가오면 악몽을 꿀 정도로 걱정을 매일 하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악몽을 꾸고 있을 때, 출근길에 마침 나에게 전화를 건 엄마의 전화로 잠에서 깼다. 시시콜콜 아직도 자냐는 말에 오랜만에 다정한 말투로 대화를 주고받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을 때 만 해도 잠이 달아나기 전이었는데, 전화를 끊고 나니 잠은 사라지고 꿈에서 나온 월세+관리비 걱정이 가위가 눌리듯 자고 일어난 상쾌한 기분을 누르고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월세를 못 내면 어떡하지?" "지금 내 통장에 얼마가 남아있지?" "월세 관리비 내고 나면 생활비랑 카드값... 다른 건 어떡하지..." 온갖 걱정들로 인해 방금 자고 일어났다는 상쾌한 기분은 사라진 지 오래가 되었다. 어차피 잠도 다 깬 거, 어제 이직 제안을 수락했다는 분에게 메일을 보내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프리랜서에게 집에서 일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집에서 일을 안 하면 그게 더 이상한 모습이었다.
메일만 보내고 끄려고 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휴일에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게 갑자기 한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 일하자. 지금 내가 해야 할 건 일 밖에 없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지만 나는 그렇다고 걱정을 안 할 인간이 아니기에 걱정할 시간에 일을 하기로 다짐했다. 걱정할 시간에 걱정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글감이 없어서 글을 못 쓰겠네, 하며 아쉬운 소리를 내뱉으며 네이버에 '글감 리스트'를 쳤다.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창을 껐다. 그래, 내 글감은 내가 만드는 거지. 오늘은 걱정을 하면서 일어났고, 걱정 때문에 나는 주말에도 일하는 프로 일꾼러가 되었으니, 오늘 글은 '걱정'과 '프로 일꾼러'에 대해 쓰자.
지금 당장 이렇게 일해도 언제 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프리랜서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1시간을 걱정만 하면서 흘려보내기보다, 그 시간에 일어나서 10명에게 이직을 권하는 메일을 보냈으니 오늘은 됐다. 그렇게 걱정을 해서 걱정이 사라지지 않아, 나의 걱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프로 일꾼러 능력 +1 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