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랑 Oct 17. 2023

10. 송곳니

당신은 말했다. 너를 보고 있노라면 더욱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더욱더 다양한 감정을 알고 싶고 느끼고 싶다고. 책에서만 누릴 수 있는 무한한 상상의 확장성이 그토록 매력적인 것을 분명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이렇게나 새롭게 다가올 수 있음에 놀랍다고 전했다. 너무나도 많은 위인들이 택했던 문자라는 도구가, 아니 너무도 많은 거장들이 사용한 문자라는 도구가 서적으로 남겨져 있음에 기쁨이 마를 수가 없다고. 예술을 사랑한다고 말하던 자신이 독서를 게을리 한 순간이 있었음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이런 자각을 알려준 당신에게 감사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말에 얼마나 기뻐했는지 당신은 평생 알지 못할 것이다.


 당신을 사랑하게 되는 순간은 너무도 찰나의 순간이라 어느 시라고 지정하기 힘들 것이다. 당신은 솔직했고 투명했고 명료했다. 앙칼지고 파괴적이었지만 이 또한 사랑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파괴가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러한 질문에 나는 없다고 단언했을 사람이었다. 당신의 파괴적인 면모를 사랑이라고 서술할 수밖에 없던 건 어떠한 사랑의 지독하고도 끔찍한 면모 또한 놓치지 않고 품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 아닐까. 끝없는 자기혐오와 타인에 대한 연민, 사실 연민은 방어기제에 의한 폭력성에 기인하였다. 이러한 가뭄 속 사막에서 어떠한 물웅덩이 하나라도 오아시스가 펼쳐진 모습이 아니었을까. 사랑은 착각이었으리라. 웅덩이는 오아시스가 아니다. 우리는 다르게 명명하고 정의하지 않았는가. 사랑으로 구성되었다고 믿었던 우주는 그의 사랑이라는 표현을 형용하기에 그저 마음에 들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당신은 과연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랑과 연민의 감정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폭력적이다. 쉬이 사람들을 묘사하고 형용하였다. 그마저도 관심이고 사랑이었을까. 어떤 이의 결핍과 한계를, 어떤 이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을, 모든 이들을 관통하는 인간성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유독 더 찬양했다. 당신은 아름다웠고, 매력적이었다. 머릿결을 매만지는 것을 즐겼고, 미모에 심취하는 순간을 사랑했다. 왜인지 대우의 말까지 들리는 듯했다. 추함은 옳지도 정당하지도, 가치조차 없으리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추함에 대해서 어찌나 혹독한지 당신의 단어를 통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세상을 향해 폭력적이었던 건 나였을까 당신이었을까. 아름다웠기에 모순적이고 매혹적이었던 폭력의 매력을 끔찍이도 빠르게 알아버렸다.

이전 09화 09. 달콤한 계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