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밴드 있어?"
친구들도 그렇고 나도 주로 밴드 음악을 듣는 터라, 새삼스러운 질문도 아니었다.
"린킨파크. In The End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충격적이었어."
내가 유일하게 데뷔 때부터 꽤 오랜 시간 좋아했던 밴드 린킨파크에 대해 얘기할 때 너는 같이 공감하면서 다른 좋은 밴드들도 추천해 주곤 했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실력 있는 밴드들을 알아가는 재미 덕에 밤샘 작업을 할 때도 그들의 음악을 틀어놓으면 심심하지 않게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너는 종종 작은 클럽에서 열리는 밴드들의 콘서트에 데려가곤 했고, 같이 들었던 익숙한 곡들이 연주될 때마다 목이 쉬도록 같이 따라 부르며 소소한 이 재미가 부디 오래가기를 작게 소리 내어 빌곤 했다.
린킨파크의 새로운 앨범이 나왔을 때, 제일 먼저 레코드샵에 달려가 아마도 첫 번째로 집어 나온 거 같다며 본인이 더 좋아하며 CD를 건네주던 그 모습을 기억한다. 깜깜한 밤에 너의 차에서 린킨파크의 신곡들을 틀어놓고 지난 앨범 곡들과는 느낌이 다른 거 같다며 그래도 여전히 좋다를 남발하는 나를 웃으며 바라보던 너의 모습을 기억한다. 생일 즈음에는 생일 선물이라며 린킨파크 투어 티켓을 건네며 같이 가자고 했던 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너의 목을 끌어안던 나를 기억한다.
체스터 베닝턴이 죽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도, 나는 너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
너와 헤어지고 난 후, 린킨파크는 물론 너와 함께 알아간 모든 밴드들도 나에게는 아픔이 되어, 재생목록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가 죽은 기사를 접하고 그들의 지난 앨범들을 돌아봤을 때 내가 들었던 곡들은 그 해를 기점으로 멈춰있었다. 그들이 그 후로도 몇 번의 앨범을 더 내고, 몇 번의 공연을 더 하고는 더 이상 나에게 뉴스거리가 아니었다.
마음이 지릿지릿.
유니크했던 보컬리스트를 잃어버린 린킨파크와 그의 팬들의 마음을, 슬픔을 잘 알아서 라기보다
떠나버린 체스터와 잃어버린 네가 자꾸 오버랩이 되어서 일까.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릴 듯 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