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펭귄 Oct 30. 2022

에필로그: 엔딩 시퀀스

특성화고 영상과 선생님과 학생의 방과 후 수업

 솔직히 이 막중한 에필로그를 나한테 맡긴 것부터 무거운 책임감이 든다. 모든 내용을 정리하고 작가의 생각을 쓰는 곳인데 나한테 어울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선생님이 그만큼 나를 신뢰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써보겠다.


 총 100페이지가 넘는 글을 다 쓰고 되돌아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방과 후 수업이 맞나?” 대화의 질이나 내용을 떠나 말하는 방식과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처음과는 많이 달랐다. 성장보다는 서로 변화한 느낌이었다. 마치 매일 아침 만나는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선생님을 친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친구와 같이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하고 싶다.


 이 글의 내용은 대화이다. 하지만 평소 나의 모습은 글에 적힌 모습이 아니다. 영화를 볼 때면 그냥 팝콘이나 먹으면서 재밌게 보고 생각은 크게 하지 않는다. 입시 때문도 있겠지만 내가 수업을 하면서 영화에 대해 저런 말들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속마음을 꺼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다. 나에게 가르치는 건 물론 항상 ‘넌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해주었다. 나의 의견을 물어봐 주고 계속 들어주려 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솔직한 내면을 말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이는 어느 때보다 값진 수업이었다. 아마 선생님이 먼저 나에게 맘을 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 덕분에 나의 속마음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대화는 나 자신과 소통하는 방식 중 하나다. 정신없이 말하고 떠들다 보면 어느새 평소 생각지도 못한 말들이 입에서 나온다. 그러려면 상대방과의 신뢰가 필요한데 선생님이 먼저 나에게 편하게 대해주고 솔직하게 말해주어서 나도 맘을 열 수 있었던 거 같다. 이런 선생님의 모습에 가끔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나라면 타인과 대화할 때 저렇게 대화할 수 있을까? 내가 한 모든 말은 선생님이 말하게 해준 것이다. 선생님과의 대화로 나도 잘 몰랐던 내 내면을 알아갈 수 있었다.


 나는 이 방과 후 수업을 통해 선생님에게 배운 게 많다. 사랑이 뭔지 찾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그중 특별했던 것이 바로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 선생님이 나에게 연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때, 과거의 나의 모습과도 같았다. 나는 내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선생님에게 조언이 될지도 몰랐고 응원이 될지도 몰랐다. 선생님은 나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너한테 배운 게 많다.’ 솔직히 나는 내가 뭘 알려줬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가 살아가는 모습에 존경심이 든다고 했다. 선생님과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스승과 제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사제관계를 떠나서 서로 사람 대 사람으로 얘기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나에게서 배울 점이 있구나, 싶었다. 내가 선생님을 가르쳤다는 게 아니다. 선생님과 나는 서로 살아온 삶이 다르다. 모든 사람이 다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가르치고 배우는 게 아닌 서로의 삶 속에서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제목은 방과 후 수업이지만 그 속에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을 나눌 순 없다. 서로 선생님이 될 수 있으며 동시에 배우는 학생이 될 수 있다. 선생님은 나에게 배웠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 등으로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걸 보여주었다. 나도 언젠가 선생님처럼 다른 이에게 배움을 줄 수 있고 배움을 받을 수 있다. 그때도 지금도 거부감이 들지 않을 거 같다. 선생님을 통해서 배움에는 한계가 없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자 했던 대화를 시작으로 결국에는 선생과 제자 관계가 아닌 우정으로 연결된 친구가 생겼다.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 말이다. 여전히 선생님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입시가 힘들어도 버틸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나에게 영화를 가르쳐 준 것은 너무 감사하다. 솔직히 앞으로 이렇게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힘들다. 학생들을 책임감을 가지고 챙기려 하는 선생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뭐 하고 있었을까? 이 에필로그를 쓰고 있는 것 또한 선생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에필로그를 마무리하기 전에 이 말은 해야 될 거 같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글의 목적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엔 선생님과 내가 신뢰의 관계를 쌓아가는 걸 보여주는 거 같다. 내가 선생님께 먼저 다가가 사랑이 무엇인지 물어본 것이나 방과 후 수업 때 다뤘던 얘기들 모두가 정답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생님과 우정을 쌓아가기 위함이었던 거 같다. 항상 영화 얘기로 출발하지만 결국에는 서로 개인적인 얘기로 풀어나간다. 수업할 때마다 개인적인 얘기가 나오면 더 집중했던 거 같다. 선생님의 연애사, 친구 얘기, 과거 얘기 등 모두 기억에 남는다. 우리의 인생사가 영화보다 재밌었다. 이 모두가 서로를 신뢰했기에 할 수 있었던 말이며 수업 중에 가장 재밌었던 내용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대화 속에서 하는 말들이 아닌 나와 선생님이 서로의 우정을 쌓아가며 성장하는 걸 봐주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고 이 글이 미래의 나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이 이야기의 제목을 이렇게 짓고 싶다. 

‘방과 후 수업’이라고.

이전 25화 무제: 비긴 어게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