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의 어두운 시절을 이겨내면 자유의 길로 질주할 수 있다
"자전거 타는 법과 같아."
몸이 기억을 떠올린다.
삶의 설레었던 순간들, 마음은 잊었지만 몸이 시간을 거슬러 깨어난다. 뇌 속에 인식의 언어로 바뀌어 저장된 신경세포가 근육에 재생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위대한 평형 속으로 비틀거리며 전진하던 순간."
아버지가 사준 꽃무늬 안장의 하늘색 자전거 위에서 첫 경험을 저장했다.
그때 아버지가 내 등 뒤에서 외치던 자전거 타는 법은 한 마디도 기억나지 않는다. 10살 소녀는 귀가 닫히고 손바닥과 무릎에 피 흘리며 온 몸으로 깨달았다.
"자전거의 핵심은 균형이다."
이백 년 전에는 아무도 두 바퀴 위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자전거의 원조, 드라이지네Draisine 도 두 다리 사이에 끼고 빨리 걷는 기계였을 뿐이었다.
앞바퀴에 달린 핸들로 방향을 조정하고 체인으로 뒤 바퀴를 돌리는 자전거의 기본형이 출시되자, 세이프티 Safety라고 부르며 발명가 John Kemp Starley를 자전거의 황제로 치켜세웠다.
허브에 크랭크를 달아 회전하게 만드는 이 물리적 복합체는 자동차보다 인기 있는 탈 것이 되었지만, 누구나 넘어지는 고난을 통과해야 소유할 수 있었다. 원심력과 구심력을 몰라도 상관없지만 본능을 제어하는 손놀림은 꼭 필요하다.
두 바퀴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첫 번째 원리,
"다리의 수직운동으로 회전운동을 일으킨다."
어렵지 않다. 페달을 계속 돌리면 된다.
두 번째 원리에서 우리는 본능을 거스르는 이성을 발휘해야 한다.
"넘어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린다."
자전거가 기우는 방향으로 가속하면 반작용(무게중심이 뒤에 남아 있으려는 성질)으로 인해 쏠림 현상에서 오는 불균형이 극복된다.
곧게 뻗은 길로만 달린다면 이 원리는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모든 길은 자주 굽어져 우리 앞에 놓인다. 굽은 것을 통과하려면 굽은 대로 몸을 기울여 더 속도를 높여야 한다.
"과학적 원리에도 믿음은 필요하고, 모든 믿음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중년의 몸은 자주 주춤거린다.
자전거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야 할 때마다 브레이크를 밟는 겁먹은 내 몸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거침없이 달려가던 십 대의 나를 떠올리며 좌절했다. 자전거가 뭐라고 세월을 이길 수 없는지 화가 난다.
마크 트웨인의 글에서 위로받고 마음을 돌이켰다.
자전거 위에서 제대로 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능력의 대부분은 자연에 위배된다. 다시 말해 어떤 일에서든지 나의 본능, 버릇, 교육 등이 자신을 어느 한 방향으로 움직이라고 이끌지만, 거역할 수 없고 의심할 수 없는 물리적 법칙은 나를 그 반대쪽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요한다....
즉, 자전거의 큰 (앞) 바퀴를 내가 쓰러지는 방향으로 돌려야 한단다.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이제 지성이 전면에 나서서 내 팔과 다리가 과거의 교육을 버리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성의 어두운 시절을 이겨내면 자유의 길로 질주할 수 있다.
넘어질까 두려워할수록 더 잘 넘어진다.
톨스토이는 아내와 자식들 사이에 재산분배로 다투고 아홉째 아들이 죽고 당국의 탄압이 심해지던 때, 67세의 몸으로 자전거 타기를 배웠고 그 해 [부활]의 초고를 끝냈다.
나는 이제 자전거 위에서 세월을 지나며 굽은 길도 잘 달리고 있다.
자전거의 마지막 원리를 잊지 않은 덕분이다.
"언제든지 나는 넘어질 수 있다."
두 바퀴로 넘다 12회 끝
다음화 #13 두 바퀴 사이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