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_두 바퀴 사이의 비밀

말하지 않아도 알아. 그냥 달려갈 뿐. 마음속에 있다는 거.

by 은륜


"남편이랑 같이 하니까 좋겠다."


자전거 타는 것보다 남편과 다니는 것을 부러워한다.

그들의 관심은 자전거가 아니고 비밀은 공개해야 제 맛이니 풀어본다.

당당한 맛집 사장처럼 비법을 알려줘도 달려가지 않는 이들은 모르는 두 바퀴 사이의 비밀.

하루 이틀 해본다고 해결되면 이혼하는 부부가 없을 거다.


#비밀1 각자 타고 각자 힘으로 각자 한 길을 간다.


너는 네 허벅지로, 나는 내 허벅지로 바퀴를 돌린다.

너의 바퀴와 나의 바퀴 사이는 멀리 떨어져 있다.

나는 그가 자전거 위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심이 없고 그도 내 마음이 어떤지 묻지 않는다.

길 위에 다른 두 몸이 한 길을 간다.


#비밀2 멈춰서 한 곳을 바라보며 다시 출발을 기다린다.


강물이 휘돌아가는 언덕 위에서 모든 감각은 대지를 향한다.

그의 눈은 나를 보지 않고 나는 그에게 아무 대답도 찾지 않는다.

바람과 햇살 그리고 물소리와 새소리가 우리를 이어준다. 땀을 닦으며 마음을 씻는다.

말이 필요 없는 대화가 그의 자전거에서 내 자전거로 보이지 않는 체인처럼 이어진다.

그렇게 한참 해가 기우는 풍경 속에 있다가 비로소 한 마디. "이제 갈까?"


#비밀3 말없이 허벅지만 열심히 들어 올리면 된다.


당연한데 당황하는 순간에 말이 길을 놓치고 서로를 찔렀었다.

다르게 살았고 다른 시간을 지나온 두 사람이 다른 소리를 내고, 같이 가야 하는 길에서 손을 놓아버리고 말을 어긋나게 주고받고 상처를 냈다.

몸을 달궈 힘을 내고 길을 달리니 말이 필요 없다.

나는 달리며 내 몸에 온 마음을 다한다.

그가 지나간 길을 이어 달리며 내 속에 일어난 것들을 정리한다.

버릴 것을 땀 속에 흘려보내고 소중한 것을 열기 속에 녹여 피에 새긴다. DNA 보다 진한 고리로 저장된다.


#비밀4 개고생을 사서 하고 끈끈이를 생산한다.


빗 속을 달리며 얼굴이 땀과 물로 범벅이 될 때, 나는 앞에 달려가는 그의 넓은 어깨를 측은지심으로 바라본다.

폭염을 뚫고 산에 오르는 동안 그는 등 뒤에서 응원소리로 내 두 바퀴를 밀어준다.

고개도 못 들고 기어를 쪼개가며 헐떡거려도 정상에 올라가면 하이파이브를 한다.

각자 바퀴를 힘차게 돌리는 일밖에 서로를 위해 할 일이 없으니 먼저 가서 기다려주고 쫓아가서 만나고 반가워한다. 내리막 바람의 상쾌함은 혼자 그리고 함께 올라온 땀에 섞여 진해진다.


#비밀5 낯선 길에 둘 뿐이니 맘이 다르면 버려질까 두려워한다.


위기는 모든 자전거길의 묘미다. 길을 잃으면 이마를 맞댄다.

지도를 이리저리 돌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노상토론을 벌인다.

지는 해에 마음이 조여들 때 심호흡을 한다.

'어두워져도 우리는 함께 있으니까. 혼자 있지 않아 다행이야.'

근심을 추스르고 서로 뜻을 모은다.

별빛 없이 흐린 밤, 어두운 길 위에 조명을 비추고 차분하게 그를 따라간다.

그가 앞서가는 길에 내 빛이 더해져 밝아진다.

하루를 채우고 몸을 눕힐 곳을 찾는다.

길을 끝낸 밤에는 몸은 무거워 가누기 힘드나 맘은 가볍고도 가득해 잠이 달다.


초코파이 가사가 떠오른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 그냥 달려갈 뿐. 마음속에 있다는 거."


두바퀴로 넘다 13회 끝
#14~#20 까지 섬진강자전거길 이야기로 #두바퀴로넘다 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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