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미 넘치는 그의 매력
최근 Mbti의 유행을 새로 차지한 것이 있다. 바로 테토남과 테토녀, 혹은 에겐남과 에겐녀이다. 앞의 붙는 테토와 에겐은 각각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줄임말이다. 즉 남성적인 특성의 매력이 더 돋보이는 사람들은 테토남 혹은 테토녀, 여성적인 특성의 매력이 더 돋보이는 사람은 에겐남 혹은 에겐녀가 되는 것이다. 남성 중에서도 좀 더 남성적인 사람과 상대적으로 여성적 면모가 있는 사람, 여성 중에서도 좀 더 여성적인 사람과 상대적으로 남성적 면모가 있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이다.
남편의 성적 호르몬 수치를 직접 재어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볼 때 남편은 테토남에 훨씬 가깝다. 그리하여 오늘은 테토남과 살며 겪는 일화를 소개해볼까 한다.
나는 내향인이다. 그리하여 내향인의 에너지 충전 방식인 조용히 나의 공간에서 홀로 시간 보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나에게 테토남 남편은 활동성 그 자체였다. 일단 남편은 저녁에 약속이 많은 편이다. 남편을 유달리 좋아하는 동료 형의 부름부터 시작하여 직장 상사의 러브콜(?)을 많이 받는 편이다. 또한 약속이 있지 않더라도 퇴근 후 혼자 러닝을 즐기기도 하고, 자격증 공부를 하러 가기도 한다. 즉 거의 집에서 홀로 있는 시간이 없는 편이다. 확실히 외부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타입인 것이다.
최근엔 이런 일도 있었다. 자격증 시험 보는 날이 가까워지며, 본인보다 더 열심히 하는 수험생들에 자극을 받은 것이다. 그리하여 시험을 보는 주간엔 새벽 다섯 시쯤 기상하여 준비하고 적어도 여섯 시에는 독서실로 가서 공부를 했다. 한때 미라클 모닝과 갓생이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남편을 보며 갓생과 미라클 모닝을 외쳐준다.
이렇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 나라면 주말엔 느지막한 오후에 일어나 3-4시쯤 첫 끼를 먹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테토남편은 주말에도 늦잠 없이 오전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결국 나도 남편의 부응에 이른 오전부터 응답할 수는 없지만, 늦어도 11시나 12시에는 함께 점심을 먹는 주말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명절 및 주말에 여행을 갈 때도 나의 일찍과 남편의 일찍 시간은 차원이 다르다. 나에겐 오전 9시 정도면 매우 이른 시간이다. 그러나 남편에게 이른 시간은 새벽 5시부터다. 차가 막히지 않으려면 적어도 6시에는 출발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부지런해진다. 결혼 전보다 확실히 챙겨야 하는 활동이 늘어났지만, 그래도 건강해지는 활동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런 남편의 테토미는 데이트할 때도 발휘됐다. 한 번은 남편이 데이트 일정을 공유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 다른 일정이 더 나아 보였다. 그리하여 일정을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다. 나는 일정을 바꾸는 것이 동의되면 그 후에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었다. 일단 바꾸어도 좋을지 남편의 의견을 먼저 물어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남편은 내가 대안도 없이 본인이 제시한 안을 싫다고 한 것으로 느꼈다. 그리하여 왜 해결책 및 대안도 없이 싫다는 감정적 의견만 말하는 것인가에 대해 실랑이가 벌어졌던 적이 있다. 서로 대화의 선후 중요도가 달라서 생긴 오해였다. 요즘도 종종 내가 감정을 먼저 살필 때 남편은 해결책 및 결과를 더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확신의 테토남인 것이다.
어떤 날은 에겐녀인 내 기준 너무나 뿌듯하고 바쁜 하루를 보내서 그것을 자랑스레 말하면, 그 정도를 해내는 것이 보통의 하루인 테토남편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 난감해하며 리액션이 고장 나곤 한다. 잠시 버퍼링을 거친 후 솔직하게 '누구나 그 정도는 하는 거 아닌가...' 하며 나직이 말한다. 테토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