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과 회사는 가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
미세먼지에 우한폐렴이 겹친 주말. 아이 둘을 데리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집콕뿐이다. 그나마 남편은 돌잔치에 간다고 토요일 반나절을 탈출했었지만 우리는 집에서 삼시세끼 해 먹으며 주말을 보내야 했다.
돌아서면 밥 먹을 시간이 돌아왔고 잠깐 한눈팔면 쏟아져있는 장난감들. 놀고먹고 치우고를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집에 있는 데도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된 집콕 주말은 쉬는 것도 아니지만 노는 건 전적으로 내가 아닌 그런 시간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지금 현재 월요일 새벽. 회사를 가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반갑지가 않다. ‘회사 가기 싫어’의 상태인 것이 아이러니하다. 회사에 가면 일단 밥도 남이 차려준 밥을 먹을 수 있고, 내 자리에 앉아서 차분히 일을 하면 된다. 조용하게 커피도 마실 수 있고, 어른들과의 대화. 읽고 싶던 책도 읽는다. 누구도 내 등 뒤에 올라가 업어달라고 하거나 물 마시고 싶다고 해서 물을 떠날를 일도 없다. 곰곰이 시리즈 20권을 연달아 읽어줄 일도 없고, 기저귀 갈아줄 일도 없다. 아, 이런게 호모사피엔스의 삶이었지 깨닫는 순간들. 그런데 참 희한하지, “회사 가고 싶다”라는 감각은 도통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자동 반사적으로 그냥 회사는 가기 싫다, 라는 것은 관용어구에 가깝다. 습관처럼 생긴 반사신경 같은 걸까. 막상 가보면 회사는 그렇게 나쁜 곳이 아닌데.
출근하기 싫어서 아예 철야를 한다던 예전 팀장님의 농담이 떠오른다. 밤을 새워서 일을 하고 나면 그날 출근은 안 해도 되니까 차라리 그게 낫다는 거다. 어쩐지 천재 같다.
내가 집에 있는데도 가고 싶은 집은 어디일까. 생각해보니 주말엔 집으로 출근한 상태 같다고 여겨져서 퇴근을 하고 싶은 기분인 것 같다. 어딘가로 퇴근하고 싶은데 집이 하나뿐이라니 맙소사. 결국 내가 탓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 집값인가! 집이 하나 더 있었으면 그 집으로 퇴근할 수 있었을 것이 아니냐면서.
월요일 캄캄한 아침. 월요병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피할 수 없다면 마셔야죠. 월요병 치유법은 진한 커피입니다. 얼른 회사 가서 맛있는 커피 한잔 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