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점을 보태 이제 100점이다.
명절 전 어머니께 오시지 말라고 전화를 드렸다. 오더라도 여동생 집에 가시라고 말씀드렸다. 망설임과 죄스러움은 접었다. 통화 전후의 상실감을 예감했다. 잃을 것이 없으니 두렵지는 않다. 서걱 베일뿐이다.
여동생이 어머니와 식구들을 몰고 집으로 왔다. 나는 오타쿠처럼 방에 숨는다. 거실에서 나오는 소리를 쫑긋거린다. 모두 아무 일 없는 듯 익숙한 듯 얘기하고 웃는다. 동생이 한번, 엄마가 한번. 방에 들어와 손을 잡는다. 쇠창살 사이로 다가가지 못하고 손만 내민다. 숨었으나 나는 평화롭다.
아침이 돼도 명절은 끝나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책장 사이에 숨는다. 아들의 초등학교 1학년 받아쓰기 공책을 한참 들여다본다.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끄떡도 않은 채. 부러워하였습니다. 다가갔습니다. 얌전히 앉아. 닮아갔습니다. 눈물을 글썽이었습니다."
20점을 보탠다. 이제 100점이다 너는
의미 없는 받아쓰기 단문일 뿐인데 숨은 문장들이 내려치는 것 같다. 곧게 내리그은 획이, 온전하게 둥근 이응이, 반듯하게 네모난 미음이, 마알간 비읍이, 숨은 나를 메이게 한다. 아빠를 닮은 아이였구나. 80점을 받은 점수에 눈이 머무른다. 눈물이 불수의근처럼 주룩 내린다. 100점이 아니어서 분하고 원통한가 보다.
15년 전 노트의 여백에 20점을 보탠다. 휘어진 획, 적당히 둥근 척하는 이응과 반듯하지 않은 미음으로 받아쓰기를 보탠다. 귀가 서럽다는 시를 썼다. 틀리지 않은 맞춤법만이 남은, 아빠의 받아쓰기가 서럽다. 부끄럽지만 20점을 보탠다. 이제 100점이다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