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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그리고 둘

2017.02

by 온다
호주의 본다이 비치


마주 보는 게 당연한 사이라

너의 뒷모습을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던 탓이었겠지


돌아서 갈 때

너는 어찌나 낯설던지

단 한 번도 같은 밤을

보낸 적 없는 사람처럼


주먹을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땀이 밴 손에 들러붙어

우수수 쏟아져버린 동전을 주우면서도

너는 사람의 얼굴을 앞면에 두고

차곡차곡 쌓아 올렸어


그때 내가 무릎을 꿇고

고개 숙인 너를 올려다봤다면

조금은 일찍 알아봤을까


한강변을 따라

아니면 그를 따라 걷는 너를 따라

한참을 걸으면서도

그게 얼마짜리 동전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했어

난 숫자에 좀 약하잖아


마주 보고 있자면 당연히

나는 너의 앞면만을 새겼고

너의 뒤통수는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고

십 년을 치부하고 살아왔는데


다시 마주하니 사랑이었구나

얼굴 아래는 또 얼굴

한 방향만 향하는 너는

그대로 그런 사람이었구나


횡단보도를 휙 꺾어 달리던

너의 오금 뒤에 접힌 바지 주름이 거슬렸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내가 알던 네 거죽의 주름

그대로 그런 사람이더라


우리가 그땐 어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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