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
선명함이 좋아서
여름이 그리운 듯하다
뿌옇고 찬 공기는
고비를 타고 들어와
영혼마저 날름날름
핥아먹어치워 버려
고역의 계절이다
파랑은 나를 요동치게 하고
초록은 나를 가라앉게 해
알면서도
울렁이는 쪽을 어쩔 수 없이 택하는
역겨운 계절이다
항상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나
친해져 봤자
집으로 돌아오면
골몰히 침잠해 맺힌
서리 같은 관계이다
재미를 연구하는데
그러고 싶다는 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노력한다는 건
그렇지 않은 상태로
재능이 없기 때문이야
나를 사랑하는 모두가 싫어질 때가
여느 때가 되어 견뎌지도록
여름을 노래로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