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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n 11. 2023

나도 댄서다

여기 하나의 활력, 생명의 힘, 에너지, 태동이 있다. 그것들은 당신의 동작을 통해 외부로 나타난다. 이 우주에 당신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이 표현도 오직 하나밖에 없다. 만약 당신이 이를 표현하지 않으면 그냥 사라져버린다. 당신이 아닌 어느 누구도 그것을 대신 표현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세상은 영원히 그것을 가질 수 없다. 그 표현이 좋은지, 가치 있는지, 다른 표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상관할 필요가 없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게 직접적으로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며, 또 언제나 표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그것을 표현할 재능이 있는지, 또 잘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마라. 자신을 열어두고 자신을 이끄는 충동을 생생하게 느끼기만 하면 된다. 그것을 위한 문을 활짝 열어둬라.
- 티모시 골웨이, 「이너게임」 p.80에서 재인용
(De Mille, Agnes (1992). Martha: The Life and Work of Martha Graham. New York: Vintage Books. ISBN 0-679-74176-3.)    

오늘은 고대하던 '명상춤'을 처음으로 배우는 날이다.

고대하였다고 표현하니 마치 내가 아주 오래 전부터 명상춤을 알고 있었고, '마침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내게도 찾아와 그 기회를 포착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내가 명상춤을 알게 된 것은, 그리고 이 강좌의 존재를 인식한 것은, 그리고 그 즉시 수강신청을 한 것은 바로 지난 주에 여행으로 떠난 동네의 한 모텔에서였다. 


"나도 춤 배우고 싶다."

모텔에서 TV를 보던 중 노래가 흘러나왔던 것일까? 아니면 춤을 추는 어떤 장면을 목격한 것일까?

구체적으로 어떤 맥락에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아내에게 건넨 말이다.


"그럼 이거 어때?"

나의 말을 듣자마자 아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명상춤'강좌를 소개해주었다.

명상춤 커리큘럼

강좌 소개와 커리큘럼을 대충 한번 훑어본 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 이거 할래"

였다.

다시 오늘로 돌아와서,

동네에 있는 군포시평생학습원에서 진행하는 강좌인데, 빠른 걸음으로 가니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수강생은 나를 포함하여 7명이었고, 나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모두(!) 50대,60대 여성들 뿐이었다. 

교육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마음 속 한켠에 피어오르는 부담감을 감지한 것은 아마,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물론 명상춤을 배우는 3시간 내내 그 부담감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고, 

우리는 성별과 나이를 초월하여 오로지 자기 자신에 대한 관찰자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창조자일 뿐이었다.

명상과 한국의 전통 춤이 만났다.

안 그래도 나 자신을 바라보기 위한 수단으로서 명상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을 느끼고 있는데, 

이를 내 몸의 움직임과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나는 본디 춤과는 거리가 매우 먼 사람이지만, 만약 나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춤을 배운다면 그 과정이 즐겁지 않을까?

실제로 오늘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기 자신에 대해 소개하고, 이를 그림과 춤으로 표현하는 데에서 깊은 만족감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 다른 7개의 영혼이 모여 각자의 에너지를 표출하는데, 그 자체에서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호흡을 하며 나의 몸과 마음 구석구석에 애정어린 눈빛과 미소를 보내줄 수 있다는 점 또한 행복을 주는 요소였다. 

수업을 마친 뒤,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수리산 산림욕장에 가서 춤을 춰볼까 하고 생각하였다.

가서 춤을 추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선생님에게 카톡으로 보내드리기로 하였다.

수리산에 가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던 참이었다.

저녁 식사를 밖에서 마친 뒤 동네를 산책하던 중, 우연히 '오봉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를 지나치게 되었다.

춤이 나를 부르는 것이었을까?

순전한 호기심에 이끌려 나무가 울창한 곳에 들어가 오늘 배운 춤을 추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녹턴에 맞춰서.   

-2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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