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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May 17. 2020

전쟁 같은 하루에
굴복하는 당신에게

ASK 성찰 에세이

Q. 나는 다급한 일의 횡포에 굴복하는가?


 질문에 들어있는 표현이 재미있다. ‘횡포’와 ‘굴복’이라는 단어는 전쟁에 어울릴 법한 단어들이지 않나? ‘전쟁에서 다른 나라를 굴복시킨 한 왕이 횡포를 부린다.’와 같이 말이다. 그런데 오늘의 질문에서 이를 수식하는 주체는 ‘다급한 일’이다. 얼핏 보면 횡포와 굴복이라는 단어는 너무 과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또 우리의 삶을 가만히 반추해보면 그리 잘못된 수식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전쟁 같은 하루’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바쁘다고 해서 굴복당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주중에는 아주 타이트한 스케줄을 의도적으로 계획해서 활동하는 편이다. 한마디로 ‘빡세게’ 살면서 스스로를 강하게 키우는 ‘마조히스트’적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러나 이런 나에게도 위기가 찾아올 때가 있다. 이때가 ‘굴복’할 위기에 처하는 때이다. 


  일상이 전쟁과 같은 횡포를 부린다고 느껴질 때는 어떠한 일의 시발점이 나의 통제를 벗어난 ‘외부’로부터 시작될 때이다. 크게 보자면 이번 코로나 사태처럼 전 지구적 영향부터 작게는 직장동료가 아프다든지, 전산오류로 메일이 안 보내졌다든지 하는 일들 말이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때 ‘굴복’, 다른 말로 ‘멘붕’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같은 상황에서 멘붕에 빠지지 않는다. 그럼 이러한 다급한 일의 횡포에 ‘굴복’하게 될 때는 그 이유가 무엇일까?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었을 때’ 그 일들에 굴복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사유 안에는 ‘당연한 것’이라는 기본적인 사고의 틀이 존재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코로나’라는 질병이 일상을 빼앗아 버리고 매일 야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업무를 하면서 매일 잘 보내지던 메일이 갑자기 안 보내져서 일이 펑크 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것이다. 매일 건강하게 출근하던 직장동료인데 갑자기 아들이 아파서 병원에 가느라 출근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가 하던 일을 고스란히 내가 떠안고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길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 ‘굴복’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에서도 담담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노하우를 터득하는 것 같다.


얼마 전 TV에서 인터뷰하던 영상이 생각난다. 리포터가 어느 시장에 가서   장사를 하고 계시는 할머니에게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요즘 힘들지 않으냐?”라고 묻는 질문에 할머니께서는 담담하게 “전쟁도 겪고 IMF도 겪어 냈는데 코로나도 조만간 또 금방 지나갈 꺼요.”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도 모르게 인터뷰를 보며 마음이 조금은 놓이는 경험을 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다급한 일의 횡포에 굴복하는가? 그렇다. 어쩔 수 없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는 인생인데 험한 세상살이를   하다 보면 굴복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니 스스로에게 너무 뭐라 하지 말자. 나이를 먹으며 하나씩 하나씩 경험을 쌓아가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하다 보면 다 해결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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