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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Aug 29. 2020

사회복지 필드트립

3부,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3부.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사회복지 공부

3-6장.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라, '동아리, 학회' [사회복지 필드트립]


이전 장에서는 선생님들을 학교로 모셔와서 사례 특강을 들었던 이야기를 나눴었다. 이번 장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만나고 싶은 선생님들을 찾아가는 필드트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사회복지 필드트립은 무엇인가?

필드트립은 무엇인가? 필드트립은 말 그대로 현장에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듣고, 경험하는 하나의 여행이다. 그럼 사회복지 필트트립은 무엇인가? 사회복지 필드트립은 사회복지현장에 가서 사회복지사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하고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보고 오는 하나의 학습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것을 왜 할까? 기본적으로 사회복지는 실천학문이다. 학교에서 교과서를 통해 알게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현장의 이야기를 보고 듣게 되면 복지현장의 뜨거운 감자가 무엇인지, 그리고 학교에서 더 집중해서 고민하고 공부할 것이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끼게 된다. 그래서 사회복지 필드트립을 떠나야 한다.


# 누구에게 찾아갈까?

필드트립의 첫 번째 순서는 찾아갈 선생님, 기관 정하기였다.

우선 1박 2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방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을 부산·경남 지역으로 한정하였다. 그리고 학회원 각자가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분야에서 만나고 싶었던 선생님 또는 방문하고 싶은 기관을 적어왔다. 5명의 학회원이 총 10곳의 리스트를 적어왔고 그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1순위부터 섭외 전화를 돌렸다. 한 분씩 전화를 드리고 취지와 방문 가능 여부를 여쭤보았다. 최종적으로는 네 분의 선생님께서 만나주시기로 하셨다.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등을 지원하는 ‘부산사회적 기업센터’의 임연희 팀장님, 경북 양산에서 카페를 통해 사회사업을 하고 계시는 이우석 선생님, 반송 희망세상 느티나무 도서관의 김혜정 선생님, 그리고 ‘와치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하시는 진혜지 선생님, 이렇게 4분의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준비하게 되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만날 선생님들을 선정한 후 본격적으로 필드트립을 가기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확보해야 할 것은 재정이었다. 교통비, 선생님들께 드릴 작은 선물, 식비 등을 계산해보니 1박 2일 여행에 30만 원이 필요했다. 필요한 재정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다가 학부에서 지원해 주는 사업이 있어 계획서를 작성해서 지원했다. 필요한 금액만큼의 예산을 지원받아 부담 없이 필드트립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학부에서 지원해주는 사업이 있다면 적극 찾아보길 권장한다. 그러나 학교에서 돈을 주는 만큼 그에 따른 영수증 처리, 결과 보고서 등의 귀찮은 행정처리 일이 따라오니 알아두길...)


 그 후에 준비한 것은 선생님들을 만나 이야기할 때 필요한 질문 리스트와 C-sheet였다. 질문 리스트는 각자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을 취합해서 미리 선생님들께 보내드려 사전에 질문을 보시고 답변에 대해 생각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각자 궁금한 질문들을 정리해 미리 선생님들께 보내드렸다. C-sheet는 (Committed Social Worker's Network Sheet)의 약자로  학회원들의 참여 동기, 하고 싶은 사회복지 방향 등을 적은 카드로 인터뷰를 해 주시는 선생님들께 학회원들의 정보에 대해 알려드리고, 뒷면에는 인터뷰가 끝나고 각자 배운 내용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작성해 전달해 드리는 목적으로 만들게 되었다.

필드트립을 참여한 동기와 하고 싶은 사회복지사업에 대해 적은 카드, 일명 C-sheet

보통 선생님들을 만날 때 그 선생님에 대한 사전 준비를 하기 때문에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선생님들은 학생 개개인의 정보를 알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이렇게 각자 자신의 정보와 하고 싶은 분야, 활동 등을 적은 엽서를 만들어 드리면 선생님께서도 학생들 개개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뿐더러 특별한 인상까지 줄 수 있는(나중에 취업을 할 때에도 기억에 남아 도움을 줄 수도?) 효과가 있다. 실제로 선생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c-sheet에 만남을 통해 생각하게 된 것, 감사한 것을 적어 드리니 대학생들이 와서 이렇게 열심히 이야기를 듣고 편지와 자기 이야기까지 담긴 엽서를 받은 적이 처음이라며 아주 좋아하셨다.  


아무튼 이렇게 각자 특색에 맞춰 C-sheet를 만들었고 10장 정도를 각자 뽑아서 준비해 갔다. 이렇게 준비를 마치고 부산지역 필드트립을 가게 되었다.


 # 마을이 만든 도서관 '느티나무 도서관'

 첫 번째 이정표는 부산 북부에 위치한 반송마을 느티나무 도서관이었다. 이곳은 다른 도서관과 달리 전국에서 최초로 지역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자발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도서관이 있는 마을 만들기 사업의 모델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4층 규모의 도서관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도서관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느티나무를 세운 사람들’이라는 커다란 판이었다.     


느티나무도서관 입구에 있는 후원자 명단

이 도서관을 만들기까지 함께 노력했던 지역주민들의 이름이 나무 모양의 그림을 따라 적혀있었다. 지역주민들이 도서관을 방문할 때마다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뿌듯해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느티나무 도서관이 있는 반송마을은 부산지역에서도 손꼽히는 낙후지역으로 지역주민의 무관심 속에 안전하게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장소 하나 없는 아이들을 키우기 어려운 지역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반송마을이 되기까지 그 중심에 김혜정 선생님이 계셨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도서관 한쪽에 있는 탁자에 둘러앉아 선생님께 질문했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이곳에 오셔서 마을 운동을 하시게 되셨나요?”
“원래 저는 해운대 쪽에 살다가 멘토였던 선배님이 함께 반송마을에 와서 마을 운동을 하자고 하셔서 오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사실 쉽지 않았어요. 외지 사람이 이곳에 와서 뭘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믿지 못하셨던 거지요. 처음부터 도서관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2000년대 초 쓰레기 매립장에 대한 이슈가 나왔을 때 마을 사람들에게 가가호호 돌아다니며 현황을 말씀드리고 반대하는 의견을 모아 표출하는 것이 첫 번째 활동이었어요. 그 결과 매립장 안건이 폐기되는 사건이 있었고 그 이후 마을 사람들이 진심을 알아주고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마을에 필요한 것들을 의논하게 된 거죠.”

선생님께서는 마을 운동이란 무엇인가 억압되고 부당한 것이 있어서 그것을 바꿔나가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활동가 혼자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그 지역의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기 위한 힘을 모아야 한다고 하셨다. 지금의 도서관은 이렇게 모인 지역사회의 관심과 힘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배우고 쉴 수 있는 공간’에 집중하여 만들어낸 결과라고 하셨다.

전통적인 사회복지의 분야는 아니지만 권익 옹호를 위해 힘써야 하는 사회복지사로서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고 느꼈다. 이 외에도 도서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어떤 프로그램들이 도서관에서 진행되는지, 도서관을 운영하며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이 무엇인지 등 준비했던 질문을 했다. 2시간 동안의 인터뷰를 마치시고 또 마을 사람들과의 중요한 약속이 있다시며 서둘러 가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직업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삶으로써 열정을 다해 살아가시는 것 같아 응원하는 마음이 들었다.      


# 이윤과 의미 두 가지를 잡아라, 사회적경제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부산사회적경제센터’였다. 사회적경제센터는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됨에 따라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 제공이라는 큰 두 가지 기둥을 가지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학회원들 대부분 학교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부분을 접하지 못해 이해도가 부족했다. 이번 임연히 선생님과의 만남은 사회적 경제가 무엇이고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 등에 대한 이해와 현실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의 대안경제가 아니라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경제의 형태예요.”

선생님께서는 사람이라면 더불어 사는 사회를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남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득만을 신경 쓰게 하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하셨다. 이런 시스템에서 경제의 본래 목적을 되살리기 위해 ‘사회적 경제’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 기업의 형태로 노력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문제는 이윤과 비영리를 함께 추구해야 하는데 많은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이 비영리적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은 잘 하지만 이윤을 꾸준히 내서 자립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5년 동안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기간이 끝나고 지속하는 곳이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에요.”

좋은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함을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더 잘 준비되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형태의 사회복지 현장을 알 수 있어 뜻깊은 만남이었다.

   

부산의 사회적기업센터


# 신입 사회복지사의 자세    

세 번째로 찾아간 선생님은 와치종합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 진혜지 선생님이었다. 만났던 선생님들 중 가장 나이대가 비슷하고  입사한 지 1년 반 정도가 되어 신입 사회복지사로서 느끼고 있는 솔직한 생각들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1년 정도밖에 안 된 사회복지사가 자신의 프로그램을 하기는 쉽지 않아요. 3년 차 정도가 되면 그때부터 무언가를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 들어가서 해야 하는 일은 기관을 파악하고 관계를 만들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에요. 학교에서 그리고 정보원에서 배운 것들을 잃지 않으려 열심히 공부하고 꾸준히 블로그에 기록하며 지내고 있어요.”

자극이 많이 되는 시간이었다. 학회원들 중 대부분이 4학년이었기 때문에 조금 있으면 맞이하게 될 신입 사회복지사의 이야기를 열심히 경청했다.      


# 철학자인가 사회복지사인가 카페 사장님인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경북 양산에 있는 소소봄 카페였다. (지금은 소소 서원으로 변경되었다.) 인적이 드문 곳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아파트들과 건물들로 둘러싸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카페였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이우석 선생님께서는 ‘카페로 사회사업’을 하고 계시는 사회복지사 선생님이셨다.

선생님과의 만남은 짜릿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커피를 한 잔씩 내주시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 세례를 날리셨다.

"여러분은 뭘 하고 싶어요?"
"사회복지기관에 들어가고 싶어요."
"거길 왜 들어가려고 해요?"
"기관에서 약자들을 도울 수 있으니까요."
"다른 곳에서는 약자들을 못 돕나요?"

학생 한 명씩 돌아가며 대답을 하면 그 대답이 자신의 치열한 고민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세상으로부터 아무런 비판적 사고 없이 아들인 것인지 깨닫게 하셨다. 막연하게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으로는 그냥저냥 사회복지의 흐름에 떠내려가기 쉽다고 하셨다.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복지의 이상과 철학 그리고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이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대학교 때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대학교 졸업 후 종합사회복지관에서 3년간 일하시다가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카페 사업을 준비하시고 기관에서 나와 카페를 운영하며 그 안에서 그 지향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운영하고 있는 소소봄 카페는 단순히 이익을 내는 가게를 넘어선 마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역 자활기업에서 만들어낸 물건들을 팔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지역 주민들로 이루어진 밴드 공연, 특강들이 진행되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보통의 카페 이지만 선생님께서는 카페를 통해 선생님이 생각하는 ‘사회’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사회복지사업을 하고 계시는 것이었다. 종합복지관이나 생활 시설과 같은 공식적인 사회복지기관에서만 사회복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카페에서도 사회복지사로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장소에, 형태에 얽매여있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1박 2일 동안 부산·경남 지역에서 네 분의 사회복지사 선생님을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경험을 했다. 결코 학교 안에서는 보고 듣고 맛볼 수 없는 귀중한 현장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다. 혼자였다면 불가능했겠지만 학회라는 이름으로 같은 길을 가려하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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