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미카엘의 걸음에 숫자를 세지 않는다. 미카엘이 바깥바람을 한 번 쐬고 난 후 이른 아침 현관에 나가 신발을 가리키기 시작하면서이다. 이제 우리 부부는 숫자를 세는 것에서 진일보하여 미카엘이 걷기 좋은 야외장소를 검색하고 있다.
밖에 나가기 전 먼저 거실에서 신발 신기를 연습시켰다. 미카엘은 발을 감싸고 있는 운동화를 이물질로 인식한 듯 신을 신기기만 하면 주저앉아 기어가는 퇴행의 시간을 거쳤다. 다시금 운동화 신은 발로 걷기에 집중해 젔을 때... 이제 밖으로 나가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걷기 좋은 곳 몇 군데에서 우리에게 일 순위로 정해진 곳은 잔디마당을 갖추고 있는 한 초등학교 운동장이다. 잔디를 처음 만난 미카엘은 만져보고 뜯어보며 잔디와 친해지느라 몹시 분주했다. 무엇이든 입으로 물어서 확인하는 구강기의 미카엘이 손에 잡히는 것들은 무엇이든 입에 집어넣으려 해서 딸과 우리 부부, 세 명의 보호자는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했다.
“안 돼! 지지”
몇 번의 제지로 탐색을 어느 정도 마친 미카엘은 수 없이 넘어지며 잔디운동장을 안방 삼아 걷고 뛰기를 반복했다. 미카엘 옴 몸의 관절들이 부지런히 그리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우리 부부의 마음도 덩달아 노곤 노곤해졌다.
“엄마, 성윤이가 오늘은 찡얼거리지 않고 바로 잠들었어요.”
다음 날 전해준 딸의 말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 익숙하다. 유튜브 검색 때 자주 올라오던 수면 영양제 광고 멘트 아니던가.
“이젠 밤 11시부터 아침 6시까지 푹 잡니다.”
편안한 얼굴빛으로 성공적인 수면 체험 멘트를 날리던 몇 명의 광고모델들을 부러워했는데 역시 적당한 운동과 걷기야말로 수면의 질을 높이는 최적의 수면제임을 요즘 미카엘이 증명해내고 있다. 큰 공 작은 공을 던지고 다시 주워오며 왕년의 축구실력, 농구실력까지 동원하게 된 우리 부부에게도 최고의 수면제가 주어진 셈이다.
오늘은 예방접종을 해서 미카엘의 외출이 금지되었다. 미카엘도 잔디구장을 걷지 못해 답답하겠지만 하늘 아래에서 우리 부부가 볼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운 풍경인 미카엘의 걷기모습을 아쉽게도 오늘은 동영상으로 대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