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앞에서 아이도 아빠도 성장한다

중년 심리 일기

by 안상현

어젯밤, 딸아이가 조용히 내 옆에 와 앉았다. 잠들기 전의 고요한 시간. 아이의 눈빛은 평소와 달랐다. “아빠, 나 사실 말 안 한 게 있어...혼날까봐 무서워서 지금 말할게.” 말을 꺼내기도 전에 눈물이 먼저 고인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눈을 맞췄다. 하나둘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아빠 몰래 했던 일, 숨기고 싶었던 순간들. 말을 꺼내는 그 자체가 아이에겐 얼마나 큰 용기였을까. 내가 너무 엄하게 키운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마음을 스친다.


나는 아이의 잘못보다 그걸 품고 살아온 마음이 더 짠했다. 그 마음을 꺼내놓은 용기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걸 아이에게 꼭 전하고 싶었다. “용서를 구하는 사람은 혼내지 않아.” 그 말을 꺼낸 순간, 아이의 어깨가 눈에 띄게 가벼워졌다.


우리는 함께 무엇을 잘못했고, 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용히 정리해보았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난 후, 나는 딸아이와 함께 침대로 갔다. 여느 때처럼 작은 발을 손에 쥐고 마사지해주었다. 아이는 곧 잠들었다.


오늘 이 밤, 딸아이는 용기를 냈고 나는 진짜 ‘아빠’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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