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단점은 인구밀도가 높아 모르는 사람과의 신체접촉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안산은 중앙동을 제외하고는 인구밀도가 서울의 절반이다. 그런데도 늘 만원 버스다. 정확히는 중앙역 앞에서 예대 앞이나 광덕산까지 가는 노선이 한 손에 꼽는다. 있다 해도 배차 간격이 이삼십 분 이상이다. 열 번 중 아홉 번은 77번을 이용하게 된다. 늦어도 십 분 안에 온다. 그러다 보니 다른 버스는 승객이 열 명도 안 되는데, 77번만 미어터진다. 문 끼임 사고도 가끔 있고 사람들 틈에 끼어서 내려야 할 곳에서 못 내릴 뻔했던 사람도 봤다.
일 학년 때 MT로 대부도를 가자는 의견이 나왔었는데, 가는 사람이 과반수가 안 되는 것 같아서 안 갔다. 그땐 몰랐다. 다음에 갈 기회가 없다는 것을. 123번 버스는 대부도를 간다. 하지만, 배차 시간이 삼십 분 이상이고 중앙동 출발 시 정류소에 스무 번 넘게 정차하기 때문에 못 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도에 파랗고 하얗게 페인트 칠한 감성의 펜션이 많은데, 어차피 같이 갈 친구도 없고 차도 없으니 필자에겐 그저 발에 맞지 않는 에나멜 구두에 불과하다. 대학생 때는 돈도 없고 고기맛도 모르고, 졸업하고는 고기맛은 알지만 갈 기회가 없다. 사실 안산은 대중교통만 증편하거나 노선을 늘린다면 사는 데 단점이 없다. 늪지, 공원, 산, 바다, 도시가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주말이면 카드 딱 한 장 들고 나들이를 갈 수 있다. 김밥이나 음료수도 있으면 더 좋지만! 얼마 뒤 '성포역'이 생기면 도보로 예대까지 십오 분 내로 갈 수 있으니 기대해 볼 만하다.
운전면허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도 안산에서였다. 유튜브를 보고 달달 외워서 땄다. 학원 선생님이 잘 알려주지 않고 '우회전', '직진', '어데까지 갈 긴데?!' 하는 바람에. 지방에 살면 차는 사치품이 아니라 거의 필수품이 된다. 안산에도 사실 서울에 있는 웬만한 프랜차이즈는 다 들어와 있다. 차만 있으면 그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