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두고 온 것 중에 가장 아쉬운 것은 안산천이다. 캠퍼스 건물은천 명이 넘게 쓰다 보니 십 년 좀 넘은 것인데도 붉은 커튼이 찢어져 있었고 의자가 삐그덕거렸다. 필자가 졸업한 후 편의점과 사설 식당이 여러 개 들어섰다고 들었지만, 떠나고 바뀌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오히려 기분만 더 나쁘지. 당시 편의점 대신에 매점이 하나 있었고, 학식도 업체가 하나여서 선택권이 없었다. 찌개나 일품요리를 시키면, 단무지나 김치 중에 하나만 선택하게 했다. 뒷자리에서 먹던 남학생 무리가 "야, 집에서도 이렇게는 안 먹겠다" 푸념할 정도였다. 아무튼, 학교 안에 있는 gym은 위생 상태가 걱정될 정도로 기구에 손 때가 타 있었고, 누군가 필자의 나이키 운동화를 훔쳐갔고, 샤워도 할 수 없었다. 유산소 기구는 거의 다 고장 나 있었다. 그러던 중 메르스가 발발했다. 소독 스프레이를 가져가서 기구에 칙칙 뿌려대며 운동하다가 '이 짓 못 해 먹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안산천을 발견하게 되었다. 집에서 걸어서 십 분 남짓. 아스팔트 위에서 부는 바람보다 더 시원했고, 가끔 두루미가 수면 위에 붙어서 낮게 나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오백 원 동전에 새겨져 있는 것을 닮아 있었다. 물소리는 천연 ASMR이었다. 오리가 발이 보이도록 잠수하여 피라미를 잡아먹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타원형으로 뭉친 물고기 떼를 구경한 적이 있는가?
마지막 학년 때 안산천에 한 명의 미친놈이 나타났다. (이름으로 특정할 수 없으니 이렇게 부르겠다) 인기척 없이 뒤에서 다가와 필자의 귀에 대고 '악!' 소리를 질렀다. 자전거를 타고 도망을 갔다. 그러면서 연신 뒤를 돌아 필자의 얼굴을 봤다. 쫓아갈 수도 없었다. 설령 할 수 있다 해도 뭐라 말할 건가? 귀가 잠깐 먹먹했다. 왠지 여자한테만 그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일주일에 한 번은 마주쳤다. 경찰에 신고한다? 무슨 죄목으로? 풍기문란? 고성방가? 아니지 않은가.
시간대를 오전으로 바꿔서 가봤다. 그래도 또 만났다. 미치는 줄 알았다. 그 이후로는 천 위의 아스팔트나 다리 위로만 다녔고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았다. 몇 달 전에 가봤을 때는 없기야 했다만, 이제 와서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비밀기지이자, 사적인 공간이었던 곳, 별 일이 없다면 아마 죽을 때까지 그 자리에 있을 그곳, 비록 대부도 같은 관광 명소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안산에서 가장 좋은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추천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