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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히 마주친 May 15. 2024

휴강인 걸 혼자 모르고 있었다.

혼자 노는 법

혼자 다닐 때의 최악의 단점은 정보의 약자가 된다는 것이다. 과 행사가 있다는 것은 당일에, 같은 학번 1호 CC를 그 해 낙엽이 질 때, 아마 시험 족보가 존재했으리라는 것을 졸업하고 알게 되었다. 그때는 에브리타임(대학생들의 각 학교 별 커뮤니티로서 시험이나 과제 공유나 좋아하는 학생에게 하는 고백의 장이 된다.)이 없었다. 있었는데 몰랐던 걸 수도 있지만.

1학년 때의 일이었는데, (개인 시간표 상) 점심시간이 한 시간이었고, 그 뒤에 두 시간짜리 수업이 있었다. 하필 그날따라 이십 분도 안 걸려서 식사가 끝났다. 강의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렸다. 다른 사람은 없었다.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의자 위에 아이폰이 하나 놓여있는 게 아니겠는가. 주인이 곧 찾으러 올 것 같아서 고스란히 내버려 두었다. 때문에 더 의심을 못했다. 수업 시작 삼 분 전이 되어서야 눈치챘다. 오늘 휴강이구나! 어떻게 오십 명 가까이 되는 인원 중에 혼자만 몰랐지? '대상'이 없는데 얼굴이 빨개졌다. 화남, 민망함, 당혹스러움... 이 섞여 있는 색깔이었다.

몇 달 뒤 또 반복 경험을 하게 되었다. 아침 첫 수업 십 분 전에 도착해서 앉아 있었는데, 시작 시간이 다 되자 남학생 한 명만 왔다. "오늘은 교수님도 지각을 하시나"라는 혼잣말이 들렸다. (서로 얼굴은 알지만 대화는 해본 적 없는 상태) 느낌이 이상했다. 학과 조교한테 가서 물어봤다. 이미 종강했냐고. 맞다고 대답이 돌아왔다. 쪽팔려서 웃음이 나왔다. 입을 가렸다. 무표정을 보았다. 오후에 하나 더 있는 수업도 종강했는지 물어봤다. 그건 아니랬다.

남학생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저기요, 이미 종강했대요. 우리 빼고요." 탄식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불을 끄고, 같이 문을 나섰다. 그는 "우리만 바보인 거죠."라는 말을 남긴 채 뒷모습을 보였다. 기분이 좀 나빴다. 왜 싸잡아서 욕하지. 아닌가? 바보가 맞나? 그런가? 오후까지 혼자 카페에 죽치고 앉아 기다렸다.

중요한 시험이 끝나면 혼자 중앙동에 놀러 갔다. 고봉민김밥에서 우동볶음을 먹었다. 고양이 카페에 갔다. 동물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반겨주었다. 계속 따라다니는 녀석도 간혹 있었다. 츄르나 간식이 있다면 꽃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한 평도 안 되는 투명 박스에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새끼들이 있었다. 인큐베이터라는 표현은 틀리다. 어미도 같이 누워 있었으니까. 이란성쌍둥이의 군집이었다. 모유를 다 먹였는지 어미는 지쳐 잠들어 있었다. 꼼지락거리는 움직임을 한참 구경했다. 내 손가락 한마디보다 더 작은 발에는 엉겅퀴처럼 날카로운 느낌의 톱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뭉치면 따뜻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지 서로 파고들었다. 아비는 어딜 간 건지 없었지만, 새끼들의 털색이 제각각 다 달라서 어떤 녀석일지 예상이 갔다.

망설이다가 직원에게 부탁했다. "저도 새끼 한번 만지게 해 주세요." 그녀는 가장 큰 놈으로 골라서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려 건네주었다. 왼손바닥 안에 쏙 들어왔다. 따뜻한 뜨개용 실타래를 손에 쥔 느낌이었다. 아직 동전보다 더 작을 심장의 움직임이 미약하지만 따스하게 느껴졌다. 성냥에 불을 처음으로 붙인 소녀처럼 기뻐했다. 새끼는 아무것도 몰랐다. 다시 형제자매 틈에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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