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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Apr 23. 2022

아이가 사라졌다

다리 풀린 경험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 일상, 오늘따라 아이가 멍 때리고 식탁에 앉아있다.

기질도 행동도 느린 건 알지만 평소보다 더 안 움직이고 앉아 있는 아이에게 가시 같은 잔소리가 날아간다.

봄 알레르기로 코는 막혀 있고, 눈은 가려운 상태.

컨디션 탓이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아침 루틴을 행하지 않는 아이를 보자니 내 마음은 시급하다.

결국 샤우팅을 외치고 아이를 울린 후 학교에 보냈다.


희한하게 안 좋은 일은 같은 날 발생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2호차 학원차량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니, 00 이가 안 와서 연락드렸어요"

"놀이터에도 안 보이나요?"

"네, 아무리 찾아도 근처에 안 보여요"

"... 제가 그럼 찾아보고 아이 데려다주겠습니다"

할머니가 보육할 때에는 학원 결석 감이지만 엄마가 이러려고 퇴사했지! 엄마가 출동하면 다된다! 이 녀석 기다려라!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하교 후 노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싣기 위해 달려온 노랑 학원차들로 학교 주변은 인산인해 하다.

아이들은 학교 밖 공원 같은 놀이터에서 학원 차량을 기다리기도 하고, 코로나로 학교 운동장 놀이가 금지된 이후 마치 이곳이 학교 운동장인 마냥 신나게 놀곤 했었다.

아침에 기분이 다운된 채 폰을 챙기지 않고, 시계도 없이 등교한 걸 알고 있었기에 시간 개념 없이 놀고 있느라 정신이 없구나 생각하며  아이 물건을 챙겨 놀이터로 나갔다.

그런데 구석구석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길을 건너야 하는 놀이터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보았으나 역시나 보이지 않았다.

우연히 찾은 벤치 구석에 아이의 가방과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의 가방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게 보여 그나마 안심을 하고, 더 열심히 아이를 찾았다.

가방만 찾은 채 20분의 시간을 더 흘려보내고 나니 점점 불안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

학교와 아파트 사이 바위 담장 같은 곳.

남자아이들이 위험하게 그곳을 오르내리는 걸 본 적이 있어서 혹시나 놀다 낙상이라도 했을까 싶어 구석구석 둘 어보며 이름을 부르지만  조용했다.

학교 교문을 통과해 운동장 구석구석을 찾보다 내 발길은 어느새 아이의 교실까지 닿아있었다.

담임선생님이 계시다면 아이의 어떤 행적이나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을까 싶었던 마음이었던 듯 무언가에 홀린 듯 그곳까지 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ooo 담임 선생님이신가요"

바닥청소를 하고 계시던 선생님이 당황하신 듯

 "네네, 누구..."

"oo이 엄마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여기까지요"

"갑작스레 죄송합니다. 아이 가방만 보이고 아이가 보이지 않아 학교 운동장을 둘러보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이가 오늘 학교에서는 별일 없이 하교했나요?"

"네, 좀 전까지 수업 잘하고 평소처럼 잘 있다 갔는데요"

"000라는 2학년 때 친구 있는데요, 그 아이 가방이랑 같이 나란히 두아이들만 보이지 않는데 혹시 그 친구 엄마 연락처라도 제가 알 수 있을까요?"

하교하고도 거의 50분의 시간이 흐른 후라, 선생님도 당황하신 듯 제가 알아보고 알려드리겠다는 답변을 듣고 교실 밖을 나왔다.

담임 선생님의 연락만 기다리며 벤치 앉았다가도 다시 불안해져 계속해서 주변을 서성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시끌벅적했던 놀이터는 어느새 조용해지고, 노란색 학원차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아이와 아이 친구의 가방만 남겨진 채... 정적은 몇 배나 높아진 불안을 몰고 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방과 후 수업을 끝내고 나오는 몇몇 아이들 보이기 시작하고 주변은 조용했다.

아침에 아이를 울리고 학교를 보낸 일부터 복잡한 마음 계속해서 부적정인 생각 꼬리 꼬리를 물고 안 좋은 생각 드는 걸 애써 침착하며 '제발, 나타나 줘라'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바로 그때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니, 지금 ㅇㅇ이 친구 집에서 놀고 있대요"

"아...(울컥)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친구는 또 다른 가방의 주인공이었다.

이 녀석들 가방은 던져두고 몸만 친구 집으로 향해 간 모양이었다.

화나고 짜증 나고 기쁘고 고맙고 감사하고...

순간적으로 이렇게 많은 감정을 느껴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발길이 교실에 닿아 담임선생님을 뵀던 게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었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떻게 하면 따끔하게 알려줄까를 고민하 나를 발견했다.

저 먼발치에서 아주 해맑게 가방의  두 주인공이 장난치며 걸어오는데...

"여기 앉아"가 첫마디 었다.

와락 껴안고 울고 싶었던 마음이 먼저였지만 꾹 참았다.

"지금 몇 시야? 네가 몇 시에 학원차를 타지?"

2주째 2시에 차를 탔음에도 능청스럽게 "3시...?" 나의 눈을 보더니 "아닌가..."이러고 있었다.

냉정하지만 단호게.

이게 잘 안돼서 훈육이 힘든 걸 알기에 질문만 해대고 있었다.


남의 집에 갈 때는 무조건 허락을 받고 가도록,

폰이 없으면 친구폰이라도 빌려서 연락을 하고 가도.

.

.

.

이런 일이 있고 나니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돌아가는 일상이 감사 일이었음을 새삼스레 깨닫고 있었다.

평범한 일상 당연시 받아들이,

특별한 이벤트에만 의미를 부여하 살아가는 건 닌지 생각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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