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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nswer Nov 25. 2020

“추억”나무를 심다  

파리

노트르담이라 쓰고 "감동"이라 읽는다!


노트르담 대성당.

 '우리의 귀부인'이라는 의미의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이 성당은 장엄하고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12세기의 고딕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이 대성당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우리 마음이 절로 선해지는 듯했다. 특히, 아내가 더 큰 감동을 받았는지 성당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면서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눈물이 맺혀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소망과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성당 안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성스러웠다.

성당에 촛불을 세우고 우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을 빌었다. 이곳에서는 정말 인간이란 존재가 한없이 나약하고 작게만 느껴졌다. 노트르담 대성당 그 자체가 갖고 있는 영적인 힘이 있는 듯했다. 우리는 종교가 없지만 신의 존재를 느끼며 한 동안 성당 내부 이곳저곳을 감상했다.
유럽 곳곳에는 많은 성당들이 있다. 밀라노 대성당,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말리아 대성당, 세비야 대성당 등등 수많은 곳들을 다녀왔지만 우리가 다녀 본 유럽 중에는 이 노트르담 대성당이 주는 감동이 가장 컸었다. 멋지진 않을 수 있겠지만 이 곳이 저희에게 주는 의미는 그 어떤 곳보다도 소중했다. 하지만 작년 노트르담 대성당은 첨탑의 보수공사 도중 화재가 발생하여 일부가 소실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우리 추억과 소망, 감동도 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퐁네프의 다리"에 추억을 잠그다!

 우리는 대성당에서의 큰 감동을 마음에 안고서 센강을 따라 10~15분을 걸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퐁네프 다리. "노숙자인 알렉스와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화가 미셀의 사랑 이야기"인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명한 이 다리를 보고 싶었다.
이곳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자물쇠를 파는 노점상들이 즐비했다. 아마 서울 남산의 자물쇠 걸이처럼 사람들은 그들에게 자물쇠를 구입하여 소망을 쓴 후 퐁네프 다리 옆 철재 막이에 매달았고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이 낭만적인 장소에 기념할만한 무엇을 남길 수 있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꼈다.


쇼핑의 최고봉을 맛보다!
   
이제 파리 여행의 마무리를 위해 아내와 함께 쇼핑의 중심이자 최고봉인 프랭탕 백화점과 라파예트 백화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프랭탕 백화점은 1860년대부터 영업을 시작했고 1883년 폴 세 딜이라는 건축가에 의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그동안 화재와 전쟁 등의 고초를 겪었으나 새롭게 지으면서 보존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편, 그 옆에는 갈르리 라파예트이라고 불리는 백화점이 있는데, 1893년 테오필과 알퐁이 함께 라파예트 거리에다 연 작은 잡화점으로 시작하여 1990년대 대규모로 확장한 후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사실, 이 곳에 도착했을 때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는데, 아내는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며 백화점  두 곳을 종횡무진 돌아다녔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점은 프랭탕 백화점의 화장실 문화였다. 놀랍고 신선한 문화적 충격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유료 화장실을 경험을 했다. 화장실 입구에는 청소부 겸 계산원인 관리자가 서 있었고 사람들은 차례대로 화장실로 들어갈 때마다 2~3유로를 지불하고 있었다.

특히 돈을 내기 전 관리자는 이전 사용자가 썼던 변기를 정리한 후 향수까지 뿌려주고 있었고 형형색색의 화장지가 전시되어 있어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본인이 원하는 색과 질감의 화장지를 사용할 수 있었다. 정말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후 유럽여행에서 화장실 문화로 적잖은 위기들이 있었다. 아마 지저분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었지만 불편하긴 했었다.


추억나무의 씨앗


쇼핑을 끝으로 우리 신혼여행의 첫 여행지였던 파리 여행을 마무리했다.

이번 여행으로 습관 하나가 생겼다. 바로 여행했을 때의 영수증, 티켓, 팜플렛 등등 수집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버리지 않는 것이다. 그것들 하나하나가 내게는 추억으로 가는 타임머신이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모습을 아내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별나다’라는 말로 푸념을 내놓는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도 이 습관 때문이기에 내겐 신행이 특별해진다.

우리가 함께 했던 모든 것이 특별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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