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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본 것 해보기

by 이문연

프리랜서의 삶은 대부분 ’안 해본 것 해보기‘로 이루어져 있다. 안 해본 것의 리스트가 1) 해보고 싶은 것이냐 2) 안 해봤지만 할 수 있는 것이냐 3) 안 해봤고, 할 수 있을지 확신도 없지만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로 나뉘어져 있을 뿐. 통장이 텅장이 되고 나니까 명확히 보였다. 프리랜서의 통장에 이름이 있다면 그것은 ’Yes, I can’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 동안 나는 내가 못할 것 같은 일은 거절했다. 아니, 할 수 있지만 방향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거절했다. 2가지만 소개해보면 하나는 유명한 모기업의 회사 단체복(점퍼) 디자인이었고 하나는 아동 패션 매거진의 글 연재였다. 나는 디자이너도 아닌데 왜 1번의 제안이 들어온지 의문이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디자인은 내 케파를 한참 벗어나는 일이며 나는 결코 그 일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거절했다.(지금 제안이 들어오면 바로 거절하지 않고 OK하기 전에 ‘나의 케파가 이걸 책임질 수 있는지’ 알아볼 기간을 좀 달라고 할 것 같다) 두번째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인 점이 거절 이유였는데 아동 패션이 내 바운더리가 아니라는 점도 한 몫했다. 지금 제안이 오면 매달 연재만으로도 꾸벅 절을 하겠다. (후회를 안 할 것처럼 확신을 갖고 거절했던 일도 지나고 보면 문득문득 생각이 나~ 이런거 보면 자기확신이란 것도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지나고 생각해보건대 내키지 않는 일까지 했다면 몸과 정신은 상당히 고되었을지언정 나의 케파는 훨씬 넓어졌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서야 느끼는 거지만 성장과 스트레스는 정비례한다는 것도. 그래서 앞으로는 몸과 정신을 조금 혹사시켜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하는 것에서 오는 성장과 즐거움이 또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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