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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과 조연과 엑스트라

by 이문연

어쩌다 보게 된 나솔(나는 솔로) 모쏠 특집. 나와 성향이 다른 친구랑 같이 보면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알게 되어서 재미는 2배가 된다. 영화를 봐도, 드라마를 봐도 ST인 나는 알지 못하는 디테일을 흥분하며 알려주는 NF친구. 그렇게 모쏠편에 심취하게 되었고 19기 하이라이트 편인 영숙 대 광수/영철의 2:1 데이트를 보게 되었다. 유튜브 댓글에는 참가자들에 대한 꽤나 많은 응원과 욕이 난무?하는데 사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맛이 오지랖 과잉의 흥분이긴 하지만 ‘흥분’만 하며 보기에는 우리는 모두 지성인이 아니던가. 그래서 화제의 인물 광수가 남긴 말에 대해 한 번 적어보고자 한다. 어떤 상처가 있는지 몰라도 남이 보기에 번듯한 직업, 평범한 외모, 평균적 체형(개인의 결핍은 주관적이지만 타인의 결핍을 볼 때 우리는 결핍의 전형성에 기반해 사고하므로)을 가진 사람이 자신을 타인의 못난 점만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좀 충격이었다. 게다 영숙과의 대화에서 자신은 삶에서 주연보다는 조연일 때가 많았고 그럴 땐 조연답게 빠져주는 게 맞다고 이야기했다.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공이긴 하지만 누구나 주연이기만 할 수는 없다. 때로는 주연이기도, 조연이기도, 엑스트라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광수가 자신은 조연일 때가 많아서 스스로를 못난 사람이라 규정하는 것은 전제 자체가 틀렸다. 주연 좀 아니면 어떤가. 조연이면 어떻고 엑스트라면 어떤가. 씬스틸러같은 조연이 될 수도 엑스트라여도 다른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되는 그런 인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남들보다 못났다고 생각해도, 찌질한 면이 있어도, 감추고 싶은 커다란 약점이 있다해도 그런 자기를 감당하며 데리고 사는 태도가 주인공의 자세 아닐까. 광수는 배려라는 단어를 무의식적으로 남발?한다.(진짜 배려하는 사람은 ‘배려해줄게’라고 말하지 않는 걸 보면) 남들을 배려한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회피 성향을 배려라는 단어로 포장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광수의 각성에 회의적인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 각성이 내면아이의 손을 잡아주는 어른의 손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스스로가 만든 틀 안에 자기를 가두고 살아간다. 스스로가 그 틀을 깨든 타인에 의해 깨지든 깨진 틀을 더 단단하고 멋진 새로운 틀로 복구해내는 것이 성장이라면 TV 속 그들을 욕하기보다는 그들의 성장을 바라며 오지랖 과잉을 긍정적으로 치환시켜보면 어떨까. 우리 역시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주연이자, 조연이자, 엑스트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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