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May 13. 2024

We Are The Champions

코천이랑 산책을 할 때 지나는 초등학교가 있다. 탄천으로 가기 위해 지나는 초등학교인데 오늘은 근처에 가지도 않았는데 함성이 엄청 들려서 운동회 하나보다 생각했다. 그리고 학교에 가까이 가니 이제 막 뭔가가 끝나고 청팀과 백팀으로 나눠서 계주를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운동회라 나도 덩달아 신나서 훔쳐?(담벼락이 꽃이랑 식물들로 엉겨 있어서 가까이 가야 보인다)보게 되었는데 응원 노래가 신해철의 '그대에게'(24년도에도 사용되는 91년도 노래라니!)라서 감흥이 엄청났다. 내가 구경하는 담벼락 쪽에 가족들이 돗자리를 깔고 응원 중이었는데 코천이도 다행히 낑낑 거리지 않아서 5바퀴쯤 돌 때까지 가족인 척? 구경했다. 내 쪽에서 잘 보이는 트랙 반바퀴는 여학생이, 잘 안 보이는 트랙 반바퀴는 남학생이 달렸는데 초반에는 백팀이 우세하다 노래가 클라이막스 쯤 다다르니 청팀이 역전했다. 나도 손에 땀을 쥐고 어떤 팀이 이길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응원했는데 달리는 학생들의 표정이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린 표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뭉클'한 거. 초딩들이 계주 한 번 이겨보겠다고 최선을 다해 뛰는데 갑자기 막 부끄러워지더라. 난 언제 저렇게 최선을 다했었지??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백팀이 다시 역전. 승리는 백팀이 가져갔다. 학생들보다는 학생들 부모님을 더 신나게 했을 것 같은 '그대에게' 노래가 끝나고 퀸의 'We Are The Champions(77년 앨범)'이 흘러나왔다. 혹시라도 경기에서 진 아이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뛴 우리 모두가 위 아더 챔피온이라고. '위 아더 챔피온스~ 마 프랜~ 앤 윌 킵온 파이팅 틸 디 앤드~ 위 아더 챔피온스~ 위 아더 챔피온스~' 노래를 흥얼거리며 생각했다. 선곡 레파토리 참 좋긴 한데... 요즘 애들은 요즘 노래 더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이전 20화 답을 주는 건 쉽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