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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ul 02. 2024

출근하는 심정으로

자기는 아침 잠이 많아서 결코 직장인은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번역가의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러면서 집에서 작업하는 자신의 업을 너무 사랑하며 그 이유 중 반 이상은 집순이라는 기질이 작용한다는 것. 나 역시 집순이 중의 집순이다. 아니, 집순이라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의 방순이다. 침대가 있었다면 침대순이가 되었겠지만 침대는 없으니 방바닥순이로 할까 하다 너무 길어 방순이로 정했다. 아침 출근 시간이 더 다양하고 출퇴근 지역이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지 않다면 직장인들의 행복도는 조금 더 올라갔을까? 모르긴 몰라도 영향이 꽤 있을 거란 생각이다. 나 역시 직장을 다니지 않아서 얻는 최대 수혜는 아침 시간의 여유로움이다. 하지만 그 여유로움이 있다고 오전 시간을 알차게 쓰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초반에는 남아도는 시간을 방탕하게 쓰는 게 프리랜서의 낙이자 낭만이라 생각했다. 밤 늦은 시간까지 놀거나 작업을 했고 다음 날 오전 시간에는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시간이 지나고 연차가 쌓이니 하루의 루틴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정해진 시간에 작업을 하며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 그래서 정말 재난 정도의 폭우나 폭설이 내리지 않는 이상 업무적 외출을 하고 운동을 간다. 예전에는 폭우나 폭설이 내릴 경우 일정을 미뤘다. 최대한 날씨가 별 일 없는 날에 외출하려고 했으며 그게 프리랜서이자 창조적 자영업자의 일하는 맛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업무의 주도권을 잡고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 지나고 보니 그것은 일하는 맛이 아닌 방종에 가까운 건방진 맛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신상의 이슈가 생기지 않는 이상 계획대로 움직인다. 업무는 물론 운동도 그렇다. 그래서 비가 억수로 쏟아져도 튼튼한 우산을 들고 튼튼한 스포츠 샌들을 신고 운동을 가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직장인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출근을 한다. 병가를 내야 하는 일이 아니고서는 지옥철의 러시아워(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를 뚫고 출근을 하는 것이다. 창작자가 직장인같은 마인드로 살면 안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직장인이 어쩔 수 없이 출근하는 마인드라고 한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자의든 타의든 아침에 일어나 러쉬아워를 뚫고 회사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나는 존경한다. 그리고 창작자 이전에 직업인인 나는 직장인같은 고정된 루틴을 갖기를 희망한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부분의 악천후로 꺼려지는 일은 출근하는 심정으로 하면 못할 것이 없다. 출근이야말로 생존을 위해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최선의 루틴이며 그걸 지켜내는 이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일개 프리랜서는 창조적 자영업자로서의 최소한의 루틴을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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