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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 글쓰기] 142. 건강해야 짖는다.

by 이문연

엑스레이와 피검사로 기절의 정확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염증 수치가 있다는 것과 신장 수치가 안 좋아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피검사 결과 나오기 전에 혹시 몰라 염증에 대한 처방을 받아 놓은 것이 다행이다. 스테로이드와 항생제를 처방받아 먹는 중인데 약만은 절대 먹지 않기에 고구마 한 숟갈에 약을 섞어 먹이고 있다. 원래 고구마는 한 번 줄 때 새끼 손톱만큼(야박하다;;) 주지만, 가루약(알약은 못 먹이므로)의 양이 많아 덩달아 약 맛을 가려줄 고구마의 양도 많아졌다. 고구마를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 적게 섞어주면 바로 약맛이 나서 다 뱉어 버리고 안 먹는다. 몸에 좋은 약은 쓴 법인데 사람이나 동물이나 입맛은 다 똑같다. 그래서 아예 왕창 섞어서 약 맛이 최대한 덜 나게 해서 준다. 덩달아 굵어진 똥은 덤이다. 건강하기만 하면 똥이야 뭐 얼마든지 굵어져도 좋다. 약이 잘 들어 그런지 약 먹은 이틀째부터 짖기 시작한다. 아플 땐 집이 그렇게 조용하더니, 살 것 같아 보여 일단은 상전으로 떠받드는 중이다. 괜찮아졌을 때의 반응은 총 3가지다. 꼬리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 밥 달라거나 쉬야패드 치워달라고 짖는 것, 공을 던져달라고 입에 물고 오는 것. 증상이 호전되어서 다행이긴 한데 약을 다 먹고도 괜찮아야 하므로 아직 한시름 놓기는 어렵다. 아플 땐 꼬리가 거의 말려 있다. 아플 땐 무기력하게 누워 있다. 아플 땐 낑낑거리거나 짖지 않는다. 아프고 나니 알겠다. 강아지도 건강해야 짖는다는 걸.(물론 훈련을 잘 받은 강아지는 건강해도 잘 짖지 않는다;;) 코천아, 얼른 낫자. 너가 우렁차게 짖어도 혼내지 않을게.(그래도 문 열린 베란다에서 짖는 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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