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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 글쓰기] 163. 여자 탈의실 풍경도(하)

by 이문연

다니는 운동센터의 실세는 수영팀이다. 전체적으로 낡았지만 헬스장을 이용하는 인원보다 수영장을 이용하는 인원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영은 매 시간 오는 사람이 적지 않고 7,80대를 위한 아쿠아로빅은 늘 만원이며 매달 등록을 위해 오픈런하는 줄을(사실 무슨 줄인지 볼 때마다 궁금한데 물어보진 않았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헬스장 회원보다 한 팀으로 묶여 50분을 물에서 함께 보내는 수영팀의 사이가 끈끈한 것은 당연하다. 오늘은 수경 케이스를 공구한 모양이다. 여러가지 색깔의 수경 케이스를 놓고 다양한 대화가 오간다.


"그냥 봤을 때는 예뻤는데 (그라데이션 된 다른) 이 케이스 보니까 내 케이스가 너무 안 예쁘네."


"어, 쓰레기통 색깔(탈의실의 쓰레기통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파란색이다)"


"쓰레기통 색깔이 뭐냐~ 말을 해도 고급지게 해야지."


옆에서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다가 쓰레기통 색깔이라는 말에 빵 터졌다. ㅎㅎㅎ 실제로 케이스는 원색과 형광색 그리고 그라데이션된 케이스 3가지로 나뉘었는데 내가 봐도 그라데이션 된 디자인이 예뻤다. 누구는 아쉬워하고, 누구는 자신이 찜한 색을 양보하며, 누구는 오늘 불참한 이의 케이스를 챙겨줬다. 수영팀이 아니라면 탈의실은 상당히 조용할 것이다. 그녀들은 늘 지인과 함께 오늘의 이슈에 대해 조잘조잘 대화를 나누는데 그게 나쁘지 않다. 탈의실의 백색소음이랄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탈의실 말은... 글감에 목 마른 자가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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