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프로스트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
로버스 프로스트의 시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의 한 구절이다. 이 한 편의 시로 순식간에 내 마음에도 사락사락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시인은 눈 오는 저녁 숲 속을 걸어본 적이 있나 보다. 눈 내리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한 숲 속을 걷다 보면 그저 발걸음을 멈추고 싶어질 것 같다. 이대로 숲의 품에 안긴 채 영원히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할 것 같다. 문득 내게 영원히 붙잡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이 너무 소중해서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던 날이 있었나. 아무리 해도 생각나지 않으니 무척 쓸쓸하다. 약간 위안이 되는 건, 시인도 숲 속에 오래 있지는 못했던 것 같다는 사실이다.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갈 길이 머니까. 날 기다리는 세상과 가족이 있으니까. 꿈결 같은 시간은 본질적으로 찰나여야 한다. 길어지면 더 이상 소중하지 않아진다. 그래서 잊었나 보다, 너무 찰나여서. 난 항상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먼 사람이니까. 멈춰버렸으면 하는 시간이 분명 있었을 텐데 내 기억이 놓친 거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련다. 올해는 눈이 여러 번 내려줘서 겨울에게 고마웠다. 벌써 3월이다. 이 시를 읽으니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싶어진다. 겨울아, 가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