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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udi Aug 31. 2019

100일 글쓰기 마라톤 -4-

공통주제 : 손톱

“내 고향에는 손톱이나 발톱을 아무 데나 버려두면 쥐가 그걸 주워 먹고 손톱 주인의 모습으로 둔갑해 주인 행세를 한다는 전래 동화가 있었어.”

  달이 웃었다.

“그거, DNA라든가 유전인자에 대해 발견하기 전이지? 기묘한 구석이 있다.”

“자기 주변 관리를 잘하라는 교훈이 있는 내용이었지. 으레 애들한테 들려주는 동화가 그렇듯이.”

  무덤덤한 금성의 대답에 달이 장난스레 금성의 팔을 발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그거,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인가.”

  말끔히 발톱을 정리한 달의 발을 붙잡아 떼어낸 금성은 바닥에 떨어진 달의 손톱 발톱을 휴지로 모아 쓰레기통에 휘휘 던져 넣었다.

“그렇게 들렸다면 제대로 들려줬나 보네.”

  무심한 목소리지만 웃음기가 어려있었다. 금성은 몸에 밴 순서로 할 일을 찾는 달의 뒤통수를 잠시 바라보았다.

“손톱 끝의 딱딱한 부분엔 케라틴 밖에 없어. DNA는 검출하기 힘들걸.”

  산통 깨는 금성의 말에 달이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꼭 이렇게 분위기 깨는 아이도 있기 마련이지, 그런 모양으로 눈썹이 올라가 있었다.

“내 손톱을 쥐에게 먹여도 복제인간을 만들 수는 없을 거란 말이야.”

“왜 내가 그런 식으로 애꿎은 동물을 괴롭힐 거라고 생각해?”

  푸하하, 졌다는 듯이 금성이 뒤로 넘어갔다.

“그런 상상을 하는 게 아니라면 이리 와서 너희 고향의 전래 동화를 제대로 들려줘.”

  금성은 애원을 꾸며낸 목소리로 달의 팔목을 붙잡아 끌었다.

“내가 가여워서 억지로 할 일을 찾아내며 부산 떨지 말고. 주인 흉내를 내는 쥐는 어떻게 되는데?”

“…… 고양이를 데려다 퇴치해.”

“생각보다 잔인한 결말이네?”

  금성의 마른 팔에 끌려가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달은 그냥 금성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어렸을 때 읽은 전래 동화 같은 거, 잘 기억나지도 않지만.

“옛날 옛날에, 심술궂고 자기 할 일을 내팽개치기만 하는 욕심쟁이가 살았대.”

  달의 누그러진 목소리에 금성이 눈을 감았다. 잠들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금성은 쉽게 피로를 느끼고 많이 잠을 잤다. 달은 금성의 고수머리를 쓸어주며 기억나는 대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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