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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세금은 왜 조용히 가져가는가

학교에서 절대 알려주지 않는 돈

by LUY 루이

월급명세서를 처음 받아본 날을 기억하나요?

학교에서는 월급이라는 단어조차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어요. 경제 교과서에는 세금의 정의, 종류, 조세 정책의 목적 같은 개념들이 나열돼 있었지만, 정작 내가 월급을 받을 때 실제로 어떤 돈이 빠져나가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죠.
첫 직장 첫 월급날,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며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을 합니다.
“내가 받기로 한 금액보다 왜 이렇게 적지?”


그 순간 깨닫죠.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경제는 현실의 돈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는 걸요.
세금은 그렇게, 우리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조용히’ 다가와 있습니다.


세금이 무서운 건 단순히 금액 때문이 아니에요.
그건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너무도 일상적으로 빠져나가서 우리가 감각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매달 자동이체처럼 공제되니까 ‘잃었다’는 감정조차 들지 않죠. 그런데 바로 그 무감각이 문제예요.

세금은 보이지 않게, 그러나 끊임없이 우리의 자산을 잠식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이 ‘조용한 세금’의 대표적인 형태가 바로 원천징수예요.
원천징수는 근로자가 돈을 받기도 전에 회사가 세금을 대신 납부하는 제도예요.
정부 입장에서 보면 매우 효율적이죠. 세금을 깜빡할 일도, 탈루할 일도 없어요. 하지만 개인 입장에서는 문제예요. 왜냐하면 우리가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이미 빠진 돈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세금을 스스로 계산하지 않아요.
정부가 얼마나 걷고, 어떤 기준으로 부과하는지도 대부분 모릅니다.
세금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그게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죠.


이건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라, 심리 설계에 가까워요.
세금을 직접 납부하게 하면 사람들은 분노합니다.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걸 눈으로 보면 감정적으로 ‘손실’을 인식하니까요.
그래서 세금은 가능한 한 조용히, 보이지 않게, 마찰 없이 걷히는 방향으로 진화해왔어요.
이건 세계 어디서나 비슷합니다. 미국에서는 ‘페이롤 택스(Payroll Tax)’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는 원천징수로, 결국 세금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지 않도록 구조화되어 있는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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