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끝맺음이 첫만남의 떨림보다 강렬할 때도 있지요
차가운 바람이 세상을 감싸고
당신은 새로운 얼굴을 돌려
나뭇잎이 가지에서 떨어지듯
나의 손을 놓았어
말이 아닌
낙엽의 버석이는 몸짓으로
이별이 왔음을 알려주었어
나만이 감당할 가을이었지
영원히 봄의 바람과
여름의 그늘과
가을의 하늘과
겨울의 바다가 되어줄 것 같았는데
내게 가을비로 남아
발끝까지 새파랗게 흐르고
나의 온기를 무심히 날렸지
감당할 가을이 길고 길었어
이제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바람과 그늘과 하늘과 바다가 될 준비를 해
그런데 말야,
비는 천천히 말려 한 방울도 남기지 않았어
누군가에게 비가 되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