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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IZ Oct 26. 2018

꿈 1

201503310430 am

핸들이 흔들리는 불안정한 자전거, 아내와 두 아들이 함께 타고 있다. 주택가의 길고 가파른 내리막 언덕길을 달렸다. 점점 속도가 붙는 자전거,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는다. 발바닥을 땅에 끌어 속도를 간신히 줄였다. 갑자기 밤이 되어 땅거미가 짙어지며 난 혼자가 되었다. 아내를 찾으려 어두워진 그 언덕길을 자전거를 끌고 다시 올라갔다. 가파른 경사라 무척 힘이 들었다. 무거운 자전거를 세워 두고 옆을 보니 꽃과 열매로 가득한 나무가 보인다.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해 바라보는데 갑자기 왼쪽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어린아이 주먹만 한 두꺼비가 종아리에 매달려 다리를 물어뜯고 있다. 손으로 쳐서 떨쳐냈지만 다시 달려든다. 겨우 떨쳐냈지만 상처가 깊고 피가 난다. 아내가 곁에 나타났다. 상처를 보여주니 가까운 주택가 병원으로 가보라 한다. 화장을 짙게 한 남자 의사가 다리의 상처를 보고 벌레가 문 것이라 한다. 난 두꺼비라고 두 눈으로 똑바로 보았다고 화를 냈다. 의사는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간호사를 불렀다. 중년의 글래머 간호사가 들어와 날 침대에 눕히더니 사포로 상처를 거칠게 긁어낸 후 빨간 약을 발라준다. 형편없는 치료에 기가 막혀 난 복도 끝에 있는 의사의 개인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의사의 방, 벽에 수십대의 기타가 걸려있다. 의사가 날 찬찬히 보며 12줄짜리 만돌린 모양의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의사는 내 상처에 좋은 연극 치료법이 있다며 꼭 경험해보라 권한다. 그 순간 10명 남짓의 단원들이 나를 낯선 극장이 있는 방으로 끌고 가더니 연극 공연 준비를 한다. 극심한 부담감에 불안해진 난 연극을 거부하고 극장을 박차고 나와 복도 반대편 접수대로 향했다. 다리가 점점 무거워진다. 난 기어가듯 비틀거렸다. 묘한 미소를 띤 그 간호사가 날 기다리고 있다. 약을 달라고 하자 이미 준비된 약들이 담긴 파란색 봉지 다발들을 내게 안긴다. 그것들을 품에 안고 비틀거리다 몇 봉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다시 화가 치밀어 큰 봉지 없냐고 고함을 질렀다. 고요한 복도에 아무도, 아무런 응답도 없다. 돌아보니 병원 출구 쪽에 아내가 서있다. 아픈 다리를 끌며 그녀에게로 갔다. "병원도 의사도 정말 기분 나빠, 남자가 화장을 했어." 그 순간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니 멀리 복도 끝에서 하얀 분과 빨간 루주를 바른 남자 의사가 날 바라보고 있다. "알아, 원래 그래." 아내가 대답했다. 20150331043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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