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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오아쿠아 Jul 20. 2023

사실 살고 싶지 않다 1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쳐봤자

그가 말했다.


네가 아이들을 망쳤다고 너 때문에 돈을 날렸다고 너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아이에게 언성을 높였다고 학대라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손이 떨린다. 닭똥 같은 묵직한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흘러내린다.


바람피우고 숱한 거짓말과 위선으로 너무 오랫동안 나는 그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다.

이제 겁이 나거나 무섭지는 않다.

다만 이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남편)의 말들이 내 살에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나에게는 고문이다.

물리적으로 몇 년을 떨어져 지낼 때 처음에는 숨통이 트였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낯선 땅에서 하루하루가 문제의 연속 속에 혼자 울고 지쳐갔다.

두 아이를 케어하는 과정도 너무 힘겹고 버거웠다.

꿋꿋하게 버티고 하루를 또 하루를 살아내는 과정의 연속이 이어져서 오늘이 감사하다.


살고 싶지 않았는데 살게 해 준 하늘, 바다, 푸르른 공원, 산책, 아이들이 나를 깨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에게 이 모든 것이 감사하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봤자 거기서 거기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 자리로 돌아가는 용기가 생겼으니 구질구질하게 발버둥 치지 않고 묵묵히 소리 내지 않고 나와 아이들을 지키기로 했다.


사실 살고 싶지 않았다.

감사함을 하나씩 알게 되기 전까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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