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이야기
우리 엄마는 내가 봤던 사람들 중에 제일 특이하다.
특이... 하다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엄마를 MBTI로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엄마를 표현할 수 있는 MBTI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일단 첫 번째로 엄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엄마의 과거를 알아야 한다.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친엄마가 안 계셨다.
엄마의 친엄마는 엄마가 태어나고 바로 집을 나갔고 엄마의 친아빠는 엄마가 초등학교 때 재혼을 하신다.
한마디로 엄마는 새엄마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엄마가 고등학교 때 친아빠와 새엄마는 또 이혼을 하신다.
그 이후로 친아빠는 엄마를 신경 쓰시지 않았다.
거의 매일 술만 마셨다고 한다.
그렇게 엄마는 성인이 되었고, 엄마의 친아빠, 그러니까 나의 외할아버지는 엄마가 2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 엄마였다고 한다.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엄마의 꿈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는 흔히 말하는 잘 사는 부잣집 막내딸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장 시내라고 불리는 곳의 땅이 한때는 외가의 재산이었다고 한다.
듣기로는 아마... 몇십억 정도는 있는 부잣집이었다.
하지만 외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로는 그 돈들이 전부 뿔뿔이 흩어졌다고 한다.
엄마는 막내이고, 딸이었기 때문에 집안에서 항상 무시당하는 존재였다. 옛날 집들이 다 그렇듯이 외가도 아마 남성중심 집안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당연하게도 엄마는 재산을 거의 물려받지 않으셨다.
그 많던 재산들은 엄마의 고모와 장남이었던 엄마의 오빠가 전부 차지했다.
그래서 엄마는 재산 싸움이나 재산 분할이라면 진절머리를 칠 정도로 싫어하신다.
엄마는 아빠랑 결혼하기 전에 미국으로 유학 가기 위해 준비 중이셨다. 도중에 아빠와의 결혼으로 유학은 무산되었지만 엄마는 정말 똑똑한 사람이다.
고등학교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혼란의 시기를 겪으면서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을 평생 가지고 살고 계신다.
아빠와 만나 결혼하고 나와 남동생을 낳으신 이후로도 엄마는 한 번도 일을 하지 않으신 적이 없다.
그리고 4년 전에 엄마는 임용고시를 준비하셨고 결국 1년 만에 영양 교사 시험에 합격하셨다.
엄마 나이가 거의 오십이 다 되어가시는데 엄마를 보면서 인생에서 못할 것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진심으로 엄마를 존경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는 엄마의 성격이다.
나는 엄마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엄마는 자기 자신도 그 상황에 닥치지 않는 이상 자신의 답이 예상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어쩔 때는 겁 많은 걱정 인형이었다가, 어쩔 때는 독립투사처럼 앞장서서 나서기도 하고, 어쩔 때는 전혀 남에게 무관심하여 옆에 누가 있었는지 잘 모르기도 한다.
먼저 엄마는 자신이 정한 신념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지 않는다.
참지 않고 무조건 맞서 싸운다.
그리고 엄마는 맞서 싸울 때 상대방이 말할 틈을 주지 않는다.
논리 정연하게 팩트만을 말하면서도 상대의 허점을 콕 집어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잘못 말한 것에 대해서는 빠르게 사과한다.
말로 사람을 설득하는 것을 굉장히 잘한다.
그리고 엄마가 하는 말은 전부 직설적이다.
"그걸 모르고 있는 너의 멍청함이 짜증 나."
"알려주지 않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모르고 있던 네가 ㅂㅅ인 거지. 그걸 왜 몰라? 엄마가 항상 말했지. 때리는 사람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맞는 네가 ㅂㅅ인 거라고."
하지만 그러면서 남이 자신에게 하는 말에는 상처를 받는다.
마치 자신은 그런 말들을 하지 않는다는 듯이.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나 가족들에게 듣는 상처받는 말들은 두고두고 기억한다.
잘 삐지고 별거 아닌 걸로 대화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까 봐 항상 전전긍긍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자주 울기도 하고, T이면서 F인 순간들이 많다.
공적으로 처리할 일에 대해서는 굉장히 정확하게 해결하지만 그 외의 일들은 너무 상반되게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입에 커피 잔을 물고 있다는 사실을 까먹고 신발 끈을 묶다가 커피를 얼굴에 쏟는다거나 집안일을 지나치게 못한다거나, 아주 쉬운 지리도 모르고 매일 똑같이 가는 길도 몰라서 네비를 키는 길치 중의 길치이다. 쉽게 말해 일머리가 일반인이 100이라면 엄마는 1인 셈이다.
또 엄마는 책임감에 죽고 책임감에 산다.
엄마의 책임감은 엄청나다.
일단 엄마가 되었다는 것부터 엄마는 자식에 대한 애정이 넘쳐난다.
무언가 약속을 하면 무조건 지킨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엄청나게 게으르기도 하다.
그런데 아마 그건 엄마가 5년 전부터 걸린 자가면역질환 때문에 몸이 아프셔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세 번째는 뛰어난 엄마의 신체능력이다.
난 여자 중에 엄마만큼 체력이 좋은 주변인을 본 적이 없다. 남자랑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니까. 일단 아빠보다는 체력이 좋으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어렸을 때 일주일 동안 밤 세고 공부해도 끄떡없었고, 남자 2명이서 들 수 있는 큰 장롱을 혼자 들고 계단을 오른다거나, 스무 살 때는 소주 5병은 기본으로 마셨고, 혼자서 김밥 30줄을 먹어본 적도 있다고 하셨다.
엄마는 뚱뚱하시지만 유연함을 타고나셨고, 5년 전부터 아프시기 전에는 감기, 독감, 장염 등에 걸려보신 적이 없으시다.
어린 나보다 항상 체력이 좋으셨고, 운동을 하면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이며, 어렸을 때부터 팔씨름을 져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아마 엄마는 신체 능력이 뛰어나서 머리도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런 엄마를 언제나 존경한다.
여러모로 엄마는 대단한 사람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엄마라는 사람이 남들보다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야 앞으로 할 부모에 대한 이야기들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쁜 사람은 절대 아니다.
다들 사연 없는 집이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 집에도 이것 말고도 감히 커뮤니티에는 쓰지 못할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이번 글은 엄마에 대한 성격을 쓰는 글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