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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유주얼 Mar 11. 2020

Born to be blue, 쳇 베이커

<언유주얼픽!-Music> #2

언유주얼 매거진은 좋은 이야기와 이미지 외에도 듣기 좋은 음악 역시 여러분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언유주얼픽 an usual Pick!-Music>.  <언유주얼픽-Music>은 언유주얼 매거진 주단단 칼럼니스트가 이 음원을 선정하게 된 배경 또는 감상을 곁들여 함께 듣고픈 좋은 노래들을 소개합니다. 


Chet baker (1929-1988)


청춘의 냄새

"그의 음악에서는 청춘의 냄새가 난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재즈 에세이인 '포트레이트 인 재즈 Portrait in Jazz’에서 쳇 베이커에게 보낸 찬사입니다. 그는 제임스 딘을 닮은 수려한 외모로도 유명했지만, 그에 못지 않은 트럼펫 연주 실력까지 갖추고 있어 많은 재즈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죠.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절제된 음색의 소리는 마치 깊은 숲 속에 있는 은밀한 호수를 연상하도록 만듭니다. 투명하면서도 잔잔한, 그래서 아주 작은 소리에도 흔들리는 수면.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포인트를 잘 잡아내는 그의 연주는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더 듣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청춘의 열정과 지나고 난 뒤의 아련함이 적절히 섞인, 매력적인 음색을 무기로 그는 점점 흑인이 지배하던 재즈씬에 하얀 피부의 신예로서 입지를 굳힙니다. 


천사의 목소리, 악마의 사생활

그러나 이런 그에게도 한 가지 약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악랄한 사생활이었죠. 여성편력, 알콜 중독과 마약까지. 그의 연주를 닮은 아름다운 목소리는 그의 엉망이 된 일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죠. 그는 트럼펫을 들고 이런저런 클럽을 전전하다 1952년,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찰리 파커의 눈에 들게 됩니다. 이를 기회로 그는 기라성 같은 뮤지션들과 교류하며 함께 공연에 서는 횟수도 늘어가게 되죠. 완벽한 외모와 연주, 그리고 독보적인 스타일의 목소리 덕분에 그는 순식간에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블랙 소울의 신념이 전반에 깔려있던 동부 재즈계에서 이 다른 피부색의 이방인은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 됩니다. 매일을 숨 막히는 듯한 스트레스 속에서 지냈던 쳇 베이커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이런 일탈적 행위들 뿐이었습니다. 그의 이런 드라마틱한 일생은 에단 호크 주연의 영화 ‘본 투 비 블루 (2015)’로 제작되며 또 한 번 주목을 받았죠. 

My Funny Valentine – Chet Baker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 Chet Baker


Album Cover - Sings (Chet Baker, 1954)


별 다섯과 별 하나

쳇 베이커의 보컬 데뷔작 ’Sings’는 쿨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 중 하나입니다. 'My Funny Valentine',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I fall in love too easliy’ 등 필자 역시 가장 애정하는 곡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앨범은 '너무 낭만적이어서 잠들기가 어렵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었죠. 많은 재즈 칼럼니스트들 역시도 재즈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앨범입니다. 별 다섯에 별 다섯 만 점을 주고도 모자르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별 하나의 오명을 남긴 앨범이 있었죠. 바로 1969년에 발표된 녹음곡 Albert’s House입니다. 길 가던 건달들에게 얻어맞아 여섯개의 앞니가 부러지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그는 틀니를 낀 채 트럼펫을 연주할 수 밖에 없었고, 끊임없는 재활을 통해 이 앨범을 냈지만 평단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쳇 베이커의 팬들은 그의 고통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앨범이라 평하며 재기를 위한 그의 노력을 여실히 인정해 주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여전히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그의 음악, 아마 청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살며시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 칼럼니스트 주단단, 언유주얼 매거진.


Albert’s House – Chet Baker 



주단단의 뮤직픽은 언유주얼 사운드클라우드와 애플 뮤직에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플레이리스트로 만날 수 있고, 주단단의 아트 섹션 <an usual Pick!-Music>이 수록된 언유주얼 매거진은 여기에서 만날 수 있다.


매거진 언유주얼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 매거진을 표방한다. 소설 수필 시 영화 음악 전시 사진 공연 뭐든 '내 얘긴데' 하는 얘기들을 빠짐없이 모을 것이다.


언유주얼 브런치엔

에디터들이 픽한 언유주얼픽이 올라온다. 인스타그램에 줄곧 소개하고 있는 이미지픽을 비롯하여, 미등단 미출간 작가의 좋은 글을 소개하는 텍스트픽,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명화픽, 들을 만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하는 뮤직픽이 준비된다.


아무쪼록 우리 같이 

좋은 거 보고 재미나게 살자. 우리들의 an usual한 하루가 unusual하게 느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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