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 I am_김현영
2023년 화랑미술제는 낯선 경험이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종종 가는 편이지만 아트페어는 처음이었다. 그림을 사고파는 사람들만이 가는 곳이라 생각했었다. 그날은 우연이 겹쳐 필연이 되려는지 마침 코엑스 근처 갤러리에서 모임이 있었고 시간이 비어 잠시 들러보게 됐다. 규모도 크고, 사람도 작품도 많아 어질어질했지만 2층까지는 다 보고 가자는 생각에 빠르게 스치며 나아갔다. 그때 시선을 끄는 작은 새 한 마리를 만났다. 이끌려 들어간 곳에는 따스한 분위기의 그림들이 은은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Here I am>이란 작은 새 그림 앞에 한참을 머물렀다. 그런 내게 김현영 작가님이 다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여리고 가냘픈 외모의 작가님은 작품 속 새와 닮아 있었다. 작은 것의 소중함을 전하는 작가님의 그림은 작지만 깊고 따뜻한 진심으로 다가왔다. 지치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는 것은 크고 많은 것들이 아니라 진심의 한 조각으로 충분한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 진심의 위로가 마음에 와닿았고 그렇게 나는 인생 첫 그림을 소장하게 됐다. 단순히 작품 한 점이 아니라 김현영 작가님이라는 내 인생 첫 소장 작가님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대화를 나누며 작가님이 내가 자주 가는 한국미술재단 갤러리 카프의 소속 작가임을 알게 됐다. 갤러리 카프의 소속 작가 선발이 엄청 까다롭고 힘든 과정임을 알기에 정말 좋은 작가님을 만났음에 기쁘고 뿌듯했다. 이후에도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 화랑미술제, 갤러리 개인전 등 작가님의 전시회를 찾아다녔다. 학창 시절에 가수나 운동선수 등 그 누구의 팬도 한 번 해본 적 없던 내가 작가님의 팬이 되고 응원하는 마음을 표현하게 됐다. 2025년 4월 세 번째 화랑미술제에서 작가님을 또 뵀다. 작품 준비를 위해 작업실과 집만 오고 가셨을 작가님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 덕분에 나는 또 이렇게 작지만 소중한 작가님의 진심을 만나고 감동하고 그 마음을 표현한다.
작은 새 한 마리, 케이크, 편지는 작가님의 시그니처다. 모두 다 좋지만 이번 글에서는 편지를 소개하고 싶다. <Here I am> 그림에는 땅에서 피어난 꽃 한 다발과 별이 빛나는 우주가 담겨 있다. 땅에 발을 딛고 우주를 바라보는 하얀 작은 새는 나이자 우리 모두이기도 하다. 편지 안에는 마음속 나의 이야기, 우리네 삶이 또박또박 우리의 발자국처럼 남겨져 있다. 어떤 이야기를 남길지는 우리 몫이다.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작가님이 첫 만남에서 해주신 이야기들이 적힌 편지를 꺼내 보는 느낌이다. 이번엔 작가님께 답장을 써 보려고 한다. 다정한 인사와 함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김현영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가님과의 첫 만남은 제 인생에 잊지 못할 한 페이지랍니다. 조금은 외롭고 지쳤을 때 <Here I am> 작품과 작가님을 뵐 수 있었던 건 저에게 뜻밖의 행운이었어요. 그 작은 새 한 마리는 마치 저를 바라보는 듯해서 이끌렸고 그렇게 작가님을 만나 뵙게 됐죠. 작가님 전시회에 늘 초대해 주시고 따뜻하게 반겨주실 때마다 제 마음은 행복으로 물들고 힘을 얻게 됩니다. 제 공간에서는 작가님의 작품이 제가 지칠 때마다 따뜻하게 저를 토닥거리며 안아주곤 한답니다. 그림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신 작가님께 늘 고마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작가님이 나아가는 작품세계에 늘 관심과 응원을 가득 담아 보냅니다. 저의 작지만 뜨거운 진심이 작가님께 가닿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