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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Nov 12. 2023

붙잡고 있어도 떨어지는 가을

사진에도 감정이 담겨있음을

 룰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나 보다. 나는 매주 일요일 연재를 계획 잡았고, 어딘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첫째 글을 작성해 재차 읽어본 후 "미리" 선 발행을 했다.


"사흘이라는 시간을 벌었으니 11월 19일에 둘째를 올리면 되겠어, 이 정도 시간이면 다음 소재를 생각하기엔 충분하겠다"


나는 스스로 늦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오히려 내가 상대를 기다리는 편이 마음이 좋아서, 적어도 삼십 분 이전에 약속 장소에 도착해 주변을 걷거나 음악을 듣거나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실은 연재 약속도 두 편씩은 미리 준비해두고 싶었다. 이번주 연재 글을 사흘 일찍 발행했으니 

아주 당연히도 차주 일요일 (23년 11월 19일) 이겠거니 생각했다.


02. 둘째 / 2023년 11월 12일 일요일 발행 예정..??


사흘을 잃었다..




 밖에 나가기 꽤나 귀찮은 날, 습하고 눅눅한 오늘은 역시나 마음 흐린 날이었다. 

밤새 비가 왔는지 창문을 툭툭 건드리는 소리에 새벽에 잠시 깨었다가 뒤척거리며 겨우 다시 잠이 들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점심이 지날 즈음 무작정 카메라만 챙겨 밖을 나섰다. 날씨 때문인지 들려오는 음악도 기분도 온몸을 축축하게 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년 전부터 나는 09월부터 12월이면 마음이 무겁고 힘든 시기를 겪는다. 

뭐 가을이겠거니 가을이라서 그러려니 매년 감정을 흘려보내며, 나는 지금 그 어딘가 모를 그 가을의 안에서 또다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 올해는 이상하리만큼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마음이 깊게 쓰인다.


그러고 보니 그 장소만 가면, 그 온도만 되면, 그 계절이 되면 몹시도 네 생각이 났다. 

하나도 빠짐없이 어쩜 이리도 내 가슴에 깊었을까 하며, 수년을 가슴 움켜쥐며 견디어냈다. 무엇보다 내 옆에 항상 있던 당신과 내 친구들의 좋은 기억과 함께 내가 당신께 받았던 넘치는 사랑의 기억에 생각보다 견디기가 힘들어 장소, 온도, 계절을 몇 년이고 밀어내고 부정했다. 부족했고 또 한편으로 가진 것 없었지만 넘치는 행복한 포만감에 하루하루가 소중했음을 너무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그 아련함은 마치 날카로운 송곳으로 머리와 가슴을 깊숙이 찌르 듯 감정에 통증을 느끼게 한다. 네가 아파 올해는 유난히 내가 더 아픈 걸까? 내 마음이 고단한 건지 아니면 네 마음이 고단한 건지 숨이 돌처럼 무겁게 느껴져


어제 저녁을 먹다가 이터널선샤인을 다시 봤다. 

늘 이랬지 맞아 이 시기 매년 이맘때 즈음이면 나는 이 영화를 본다. 봤던 거 또 보고 대체 이게 몇 번짼지 모르겠지만 처음 본 게 수십 년 전인데도 볼 때마다 늘 매번 새롭고 유독 스토리에 대한 감정이입이 상당히 많이 되는 편이기도 해서 스스로 가슴이 늘 무겁고 먹먹하기를 바라 듯 매년 습관처럼 보는 영화, 어제는 영화를 보며 저녁을 먹다가 나도 모르게 펑펑 울어버렸다.


어제 입안 가득 밥을 넣은 채 꼭꼭 씹어가며 뭔지 모를 감정에 북받쳐 펑펑 울어버렸다.



가을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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