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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Jan 21. 2024

酷使

사진에도 감정이 담겨있음을

매년 가을이 다가오는 09월부터 겨울을 지나가는 12월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깊은 감정의 늪에 처박혀 산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저 가을을 타는 것 이겠거니 나이가 들어 기복이 심해지고 있는 것 이겠거니 

유난히 깊고 어두운 23년을 마무리했으며 불안한 24년을 맞이했다.



새해를 맞이하며, 정말 말이 안 되는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매일 0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외출 준비를 하고 

06시 즈음에 집을 나서 버스를 탄다. 3호선 전철역까지 도착해 두 번의 환승을 거친 후 현장까지 걸어간다.

09시 도착해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19시 퇴근하여 다시 전철역까지 걸어가 두 번의 환승을 거친 후 버스를 갈아타고 집을 향해 걷는다.

22시 가까이 되어 집에 도착해 바로 샤워를 하고 사진을 보정하거나 잔업을 잠시 진행한다.

24시 취침하여 다시 05시에 일어난다. 


처음 한 주간은 정말 온몸이 욱신거릴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았다. 오랜만의 현장일이라 그런지 서있는 것조차 힘들었던 순간이 어찌나 많았던지 집에 도착하면 한참을 그냥 멍하니 앉아 "이게 맞나?" 하는 생각에 잠겨있을 때가 많았다.



그래도 당분간 이리 살면 쓸데없는 잡생각은 줄어들겠거니

그래도 당분간 몸을 혹사시키면 잠은 잘 자겠거니

그래도 당분간 하루를 꽉 채워 살 수 있겠거니 


몸이 조금 고생하면, 생각 없이 단순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자발적 혹사 중이다.


새벽과 저녁의 시간은 무척이나 어두워 평균 ISO 값은 높아졌고 그로 인해 사진은 거칠어졌다.

찍을 사진도 마땅히 없지만 그래도 늘 챙겨 다니는 것 보면, 아직 사진까지는 포기하기는 힘든가 보다.



나는 지난 한 달을 세 달을 그리고 여섯 달을 어떻게 버틴 건지 생각해 보면 눈앞이 아득하다.

이 말도 안 되는 오늘의 날을 버텨내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분명 기적과도 같은 일, 도우심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기적의 날이었을 것이다.


매일 새벽과 늦은 저녁 내게 보여주셨던 기적을 다시 한번 기도하고 또 기대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길을 분명 알려주셨고 도움 주셔 이곳까지 왔음을 너무 잘 알지만 


이제는 더 이상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온통 불안감에 사로잡힌 24년의 내 시작은 마음 애석하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하시나니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려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로다 시편 37편 23-2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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